40년만에 열리는 ‘비밀정원’
나무·식물 1700여종 품은 연구림
“인파 몰리면 나무들 놀라까 걱정”
겨울을 막 벗어나 바위 틈을 뚫고 흘러내리는 계곡물. 아직 헐벗은 몸뚱아리지만 새싹을 틔우기 위해 고심하는 나뭇가지 사이를 분주히 움직이며 지저귀는 산새들. 병풍처럼 둘러쳐진 관악산 아래 자리잡은 서울대 관악수목원의 이른 봄 풍경은 담백한 수묵화나 다름 없다.
서울과 경기 안양·과천시를 끼고 관악산 남쪽 끝자락에 들어앉은 이 수목원은 40년 가까이 호락호락 일반인들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안양시와 수목원쪽은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부터 일주일에 한 차례 정도 일반 시민들의 단체 관람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바야흐로 ‘비밀의 정원’이 열리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2동 안양유원지 맨끝에 위치한 이 수목원은 아늑하지도 않고, 다른 수목원처럼 희귀식물로 가득 차있지도 않다. 다만 우리나라 자생 식물과 북반구 식물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공부하기에 제격인 한국 최초의 연구림이다.
이 수목원은 국토의 70%가 산림으로 덮여 있으면서도 마땅한 식물지조차 없는 ‘임업 후진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1967년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에 설치됐다. 10ha(약 3만평)의 면적에 꾸려진 이곳의 나무와 각종 식물은 1700여종에 이르는데, 모두 북반구 자생 식물들로만 이뤄져 있다.
우리나라와 기후 조건이 비슷한 북반구의 식물들을 연구하는 것은 물론 멸종한 식물들의 원인을 분석해, 더이상 산림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또한 이 수목원은 바위산과 계곡으로 이뤄진 관악산의 독특한 환경을 이용해, 유실수 관찰원과 수생초원, 무궁화원, 참나무원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물론 단풍길과 진달래길, 야생화길 등도 빠지지 않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이와 함께 수목원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중앙로 양쪽 옆으로 30~50년이 넘은 갖가지 나무들이 700여m 가량 줄지어 심어져 마치 ‘나무터널’ 속을 걷는 착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이 수목원 김우진(56) 소장은 “관악수목원은 소중한 숲을 만들어내는 힘겨운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곳”이라며 “이제까지 학생들의 교육 목적으로만 개방해와 일반인들에게 개방하는 것이 조금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김 소장은 “무엇보다 40년의 정적을 깨고 갑자기 인파가 몰려들면 나무가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시민들이 숲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으면 수목원의 문은 언제든지 활짝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양시는 수목원 개방을 앞두고 산림안내원이나 숲 해설가를 모집하며, 수목원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각종 관람 시설을 보완중이다. (031)473-0071.
안양/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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