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완공예정인 주요 울산산업단지
27일 오후 5시께 찾은 울산 울주군 삼남면 가천리 삼성에스디아이(삼성SDI) 부산공장. 본격 양산을 앞두고 시험가동 중인 피디피(PDP) 4라인 공장은 쉼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이곳은 세계 유일의 첨단공법을 응용한 피디피 생산공장이다. 퇴근을 서두르고 있는 주간조 종업원들의 얼굴은 밝았다.
이 회사 공장장 김동훈(50) 상무는 “불량률이 없는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밤낮으로 시험가동을 하고 있다”며 “4라인에 이어 5라인이 들어오면 사양길에 접어든 브라운관 중심에서 고부가가치의 디지털 공장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공장은 애초 피디피 1~3라인이 있던 충남 천안공장으로 갈 뻔했다. 규모의 경제에 의한 집적효과나 하청업체 입주 등을 위해선 천안공장에 4~5라인이 들어서는 것이 현실적이다. 하지만 울산시가 도로를 닦아주고 세금을 깎아주는 등 행·재정적 지원을 제시하며 애정 공세를 펴 삼성에스디아이의 마음을 돌렸다.
울산시가 러브콜을 한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임금과 단순 생산공정으로 굴러가는 울산공단을 부가가치가 높은 하이테크형 단지로 변신시키기 위해서다. 울산시는 1960~70년대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에스케이 등 굴지의 국내외 대기업들이 앞다퉈 들어서 다른 자치단체로부터 ‘배부른 도시’라는 질투섞인 부러움을 샀다. 1인당 지역안 총생산(GRDP)에서 1위(2005년 3600여만원)를 차지했다.
하지만 공장이 들어선지 40~50년이 지나면서 서서히 한계점을 드러냈다. 조선은 선박수리분야에선 저임금을 등에 업은 중국 등에 추월을 당한 지 오래고, 건조분야에서도 후발국들이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올해 1, 2월에는 선박수주에서 중국에 추월을 당했고 3월에 가까스로 다시 앞섰다. 중국의 위협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끊임없는 공정개선과 축소로 원단위 경쟁을 하는 석유화학은 채산성 악화로 신규 고용이 중단된 지 오래고 인원감축을 두고 곳곳에서 노사가 갈등하고 있다. 자동차도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값싼 수입차와 한 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 갈수록 빨라지는 기술개발 속도를 감안하면 더는 울산공단이 장밋빛이 아닌 것이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2002년부터 울산공단을 환골탈태시키기 위한 밑그림을 그려왔다. 방향은 크게 2가지다. 먼저 고부가가치의 생산공장과 연구소를 유치하는 것이다. 그 첫 성과는 대우버스 연구소·생산공장 이전이다. 대우버스 공장을 둔 부산시와의 힘겨루기 끝에 2004년 12월 울주군 상북면 길천산업단지에 연간 매출 6천억원, 종업원 420명 규모의 생산공장과 연구소를 유치해 지난해 7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이어 지난해 4월 삼성에스디아이 쪽과 피디피 4~5라인 신설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1조5천억원을 들여 짓는 삼성에스디아이 4~5라인이 가동되면 3천명의 고용창출과 연간 3조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사실상 전무했던 전문 연구소도 속속 들어오고 있다. 북구 매곡산업단지 테크노파크엔 생산기술연구원(2005년)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2006년), 중구 다운동 테크노파크엔 한국화학시험연구원 영남본부(2007년 3월), 울산정밀화학센터엔 한국화학연구원(2007년 4월)이 입주했다. 대규모 첨단 산업단지 조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망 미래업체에 싼 값의 터를 제공하면 지역세수와 고용이 늘어 정체 상태에 놓인 울산공단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울산시가 2012년까지 추가로 조성할 지방·국가공단은 11곳으로 1만2970㎢(392만평)이다. 현재 공업지역 면적 6만6351㎢(2007만평)의 약 20%다. 이 가운데 울주군 온산읍·청량면 76만평에 들어설 예정인 ‘신일반지방산업단지’ 조성에 가장 힘을 쏟고 있다. 울산시는 이 단지 안 40만평에 2010년까지 자유무역지대를 유치하려 산업자원부를 설득하고 있다. 자유무역지대엔 정밀화학, 환경산업, 전자부품, 물류서비스 등 원재료를 응용한 고난도의 기술 제품과 21세기 지식기반업종이 들어선다.
산업연구원 분석자료를 보면 자유무역지역이 가동되면 연간 생산유발효과와 부가가치유발효과가 각각 6187억원, 2301억원으로 예상되고 5천명이 넘는 고용유발효과도 있다.
또 삼성에스디아이 근처 37만6천평엔 전자제품 위주의 하청업체들이 입주하는 ‘하이테크밸리단지’가, 북구 연암·효문동 26만평엔 부품들의 조합으로 이뤄진 자동차 중간 완제품 생산업체들이 입주하는 ‘모듈화단지’가 조성된다.
이기원 울산시 경제통상국장은 “잘 나가던 기술도 개발을 등한시하면 사양길로 접어들 듯이 전통의 국가공단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하이테크 공단으로의 중심 이동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끊임없는 공정개선과 축소로 원단위 경쟁을 하는 석유화학은 채산성 악화로 신규 고용이 중단된 지 오래고 인원감축을 두고 곳곳에서 노사가 갈등하고 있다. 자동차도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값싼 수입차와 한 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 갈수록 빨라지는 기술개발 속도를 감안하면 더는 울산공단이 장밋빛이 아닌 것이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2002년부터 울산공단을 환골탈태시키기 위한 밑그림을 그려왔다. 방향은 크게 2가지다. 먼저 고부가가치의 생산공장과 연구소를 유치하는 것이다. 그 첫 성과는 대우버스 연구소·생산공장 이전이다. 대우버스 공장을 둔 부산시와의 힘겨루기 끝에 2004년 12월 울주군 상북면 길천산업단지에 연간 매출 6천억원, 종업원 420명 규모의 생산공장과 연구소를 유치해 지난해 7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이어 지난해 4월 삼성에스디아이 쪽과 피디피 4~5라인 신설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1조5천억원을 들여 짓는 삼성에스디아이 4~5라인이 가동되면 3천명의 고용창출과 연간 3조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사실상 전무했던 전문 연구소도 속속 들어오고 있다. 북구 매곡산업단지 테크노파크엔 생산기술연구원(2005년)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2006년), 중구 다운동 테크노파크엔 한국화학시험연구원 영남본부(2007년 3월), 울산정밀화학센터엔 한국화학연구원(2007년 4월)이 입주했다. 대규모 첨단 산업단지 조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망 미래업체에 싼 값의 터를 제공하면 지역세수와 고용이 늘어 정체 상태에 놓인 울산공단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울산 울주군 삼남면 가천리 삼성에스디아이 부산공장 안 피디피 4라인 공장 건물. 원 안은 작업을 마친 주간조 노동자들이 보안검색대에서 점검을 받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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