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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뼈 좀 봐” 고래도시 온 아이들 입이 ‘쩍’

등록 2007-05-20 17:37수정 2007-05-20 19:35

울산 병영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17일 고래박물관 2층 포경역사관에 전시된 대형 고래 브라이드(실제 고래뼈를 본뜬 것)를 보고 있다. 
고래박물관 제공
울산 병영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17일 고래박물관 2층 포경역사관에 전시된 대형 고래 브라이드(실제 고래뼈를 본뜬 것)를 보고 있다. 고래박물관 제공
[지금 이곳은] 부활한 ‘고래도시’ 울산 장생포
#1. 뚜~뚜. 뱃고동 소리가 울렸다. 몇십 가구의 기와집과 슬레이트집에서 주민들이 하나둘 선착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작살에 맞아 포경선에 매달려온 고래 크기를 두고 아이들은 벌써 언쟁이 붙었다. 해체장에서 고래고기가 부위별로 잘려 나오면서 선주와 도매상 사이에 가격을 두고 흥정이 벌어졌다. 바닷가를 따라 죽 늘어서 있는 고래고기 식당엔 성질 급한 손님들이 싱싱한 고래고기를 먹으려고 진을 치고 있다. 1960~70년대 울산 남구 장생포의 풍경이다. 김미선(45)씨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고래잡이 선원으로 취직하거나 해체된 고래고기를 팔아 생계를 이어갔기에 고래 해체작업을 하는 날은 마을 잔칫날이었다”고 말했다.

#2. “와~, 고래뼈다.” 지난 17일 국내 유일의 고래박물관을 찾은 울산 병영초등학교 4학년 200여명은 2층 포경역사관에 설치된 길이 12.4m의 고래뼈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지우(11)양은 “고래가 이렇게 클 줄은 생각 못했다”며 “다음에 엄마 아빠랑 또 와서 천천히 다시 보고 싶다”고 말했다. 고래박물관 맞은편, 서로 원조를 자처하며 새 건물에 새 간판으로 단장한 고래고기 전문식당 6곳은 점심 무렵 손님들로 북적대기 시작했다. 고래연구소 옆 현대미포조선 공장에선 기계 소리가 고막을 두들긴다.

고래 박물관 / 고래고기 전문식당
고래 박물관 / 고래고기 전문식당
국내유일 박물관·연구소
포경 작살·해체도구 빼곡
전문식당서 “수라상 맛 봐요”

장생포는 1899년 러시아가 태평양 연안에서 잡은 고래를 해체하는 기지로 선정하면서 우리나라 고래잡이 전진기지로 떠올랐다. 국제포경위원회가 86년 멸종 위기에 처한 고래를 보호하고자 상업포경을 금지하기 전까지 장생포에는 20여척의 포경선이 몰려들었다. 포경선들이 잡은 고래는 지정된 해체장으로 옮겨졌는데 그럴 때면 주민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구경하곤 했다. 이 곳에서 해체된 고래고기는 전국 소비량의 80%를 차지했다. 이런 어촌의 정겨운 풍경은 상업포경의 금지와 함께 사라졌다. 고래도시 장생포도 잊혀져 갔다.

이런 장생포가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울산시와 남구청이 2004년부터 고래도시 부활을 외치며 행정·재정적 지원에 나서면서부터다.

고래도시 부활을 앞에서 끄는 것은 2005년 5월 개관한 전국 유일의 고래박물관이다. 장생포 해양공원 안 2천평의 터에 65억원을 들여 만든 4층짜리 고래박물관엔 초·중·고교생과 관광객들의 단체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55만여명이 다녀갔다. 어린이체험관(1층)·포경역사관(2층)·귀신고래관(3층) 등 전시관 세 곳과 전망대(4층)로 꾸며진 고래박물관에서는 우리나라와 외국의 포경 역사를 비롯해 고래잡이에 실제 사용됐던 포·작살, 고래 해체 때 사용한 각종 도구, 실제 고래뼈와 이빨 등을 볼 수 있다. 또 일본의 세계적인 고래뼈 조립전문 제작소가 실물 고래뼈를 본떠 만든 길이 9~12m의 대형 브라이드 2개를 통해 실물 고래를 볼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고래를 잡았던 제6진양호와 지난해 3월 건물을 새로 지어 부산에서 옮겨 온 국내 유일의 고래연구소가 이곳이 고래잡이의 메카임을 확인해 준다.


고래고기 전문식당 음식
고래고기 전문식당 음식

이곳의 명물이었던 고래고기 전문식당 거리는 20여년 세월의 더께가 완연하다. 판매할 고래고기가 부족해 전문식당은 6곳만 남았다. 우연히 그물에 걸리거나 배에 충돌한 고래가 이곳의 명줄이 되고 있다. 고래고기는 경매에서 한마리에 1억4천여만원까지 나간다. 38년째 고래고기 전문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박숙자(64)씨는 “12가지 맛을 내는 ‘바다의 쇠고기’ 고래고기를 널리 알리기 위해 소스를 개발했다”며 “옛날 임금의 수라상에 올려졌던 고래고기가 일본처럼 대중음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래잡이 포수로 평생을 보낸 손남수(70)씨는 “몇 해 사이 도시에 활기가 차고 차량이 넘쳐나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며 “고래도시 명성을 회복하는 날을 다시 보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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