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전북 김제시 성덕면 지평선중학교에 흙집으로 지어진 도예관(미술실)에서 학생들이 미술수업에서 판화를 만들고 있다.
김제 지평선중, 기숙사 목공예관 등 흙으로 지어
친환경적 생활에 코막힘 아토피 줄고 능률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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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부터 코가 자주 막혀 고생했는데 지금은 훌쩍거리는 증세가 아예 없어졌어요. 감기도 덜 걸리는 것 같아요.” 김우재(13·1년)군 “자고 일어나면 몸이 가뿐해요.” 원동혁(13·1년)군 기숙사와 목공예관 등을 흙집으로 만든 전북 김제시 성덕면 지평선중학교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홍일(38·미술) 교사는 “아토피가 있던 학생들이 줄어들고 밤에 학생들이 숙면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민호(13·1년)군은 “흙집은 도시의 콘크리트 건물과는 많이 다르다”고 자랑했다. 이군은 “흙집은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어 함부로 뛰지도 않는다”며 “방바닥이 한번 데워지면 오래 따뜻해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교에서는 흙으로 마감한 기숙사의 내부를 도배하지 않아 학생들이 훼손할 것을 우려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직접 만든 가구는 물론 시설도 아낀다고 교사들은 전했다.
최근 전북 김제시 성덕면 지평선중학교에 흙집으로 지어진 남자기숙사(솔송관)의 외부 모습. 흙으로 만들어진 벽돌이 보인다.
원불교계 대안학교인 지평선중은 폐교인 옛 성동초등교를 고쳐지어(리모델링) 2003년 3월 문을 열었다. 이 학교는 최근 남자 기숙사(연면적 894㎡, 80명 생활 가능)와 목공예관(연면적 104㎡)을 철근 콘크리트 구조(내력벽)에 내·외장은 모두 흙으로 지었다. 기존 건물인 여자 기숙사(연면적 258㎡)도 안쪽과 바깥쪽 벽을 모두 흙으로 발랐다. 사업비는 모두 20억원이 들었다. 이 학교가 흙집을 지은 것은 2005년에 처음 흙으로 완성한 도예실(미술실)의 반응이 좋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체육관도 흙으로 지을 계획이다. 정미자(52) 교장은 “대부분의 학교 건물은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아 우리 학교 학생들이라도 친환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에 흙집을 지었다”고 말했다. 기숙사 등은 흙건축 전문가 정기용(62)씨가 설계했다. 정씨는 10여년간 전북지역 30여곳에 흙집을 지은 인물이다. 지난 3월 초부터 흙집 기숙사에서 생활한 학생들은 한결같이 순기능을 얘기했다. 이들은 “천장을 뚫어 만든 흙집에서 햇볕에 샤워하는 기분을 느낀다”고 말한다. 김 교사는 “천장에 구멍을 뚫어 지으니까 낮에는 불을 켜지 않아도 된다”며 “흙집에서 잠을 자면 몸이 회복되는 느낌이 들고 편안하다”고 덧붙였다.
지평선중 학생들은 서울, 부천, 진주 등 전국에서 모였다. 정원이 1~2학년은 1학급당 20명씩 2학급으로 모두 80명이다. 3학년은 1학급 20명이다. 전체 교사는 12명이다. 올 여름방학에는 두차례에 걸쳐 3박4일로 계절학기도 열 계획이다. 김제/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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