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치 잡을땐 ‘막걸리 덫’
농작물 피해 줄이기 ‘특효’
충북 영동에 이어 보은·옥천·청원 등에 나타나 포도·복숭아 등 열매와 잎을 마구 갉아 먹는 갈색여치를 퇴치하는 데 막걸리가 큰 효과를 내고 있다. 김동일(50)영동군 황간면장과 조원제(46)군 농업기술센터상담소장은 12일 “플라스틱 음료수 병에 막걸리를 담아 과수원 등에 걸어 뒀더니 병에 갈색여치 10여마리가 죽어 있었다”며 “효과가 좋아 도와 군에 보고하고, 면 전역으로 보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면장과 조 소장은 포도 수확기에 왕벌 등 곤충들이 포도즙을 먹는 것을 막으려고 일부 농가에서 과수원 곳곳에 막걸리 병을 걸어두는 것에 착안해 ‘막걸리 덫’ 실험을 시작했다. 지난달 27일부터 4차례에 걸쳐 황간면 우매리 김희열(51)씨의 포도 과수원 등에서 막걸리, 막걸리+설탕, 막걸리+꿀, 음료수를 담아 곳곳에 걸어 뒀더니 막걸리에 설탕을 탄 곳에 가장 많은 여치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보급에 나섰다. 이들은 황간면 우매·원촌·마포리 등 5곳에 150여개의 ‘막걸리 덫’을 설치했다. 더욱이 ‘막걸리 덫’을 설치한 곳은 농약을 치지 않아도 여치 개체 수가 눈에 띄게 줄어 농약 퇴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군은 지난달 말 갈색여치가 기승을 부리자 공동방제단을 꾸려 20여차례 걸쳐 방제를 했으며, 살충제 3200여병을 농가에 보급해 20~25㏊에 걸쳐 농약을 뿌리면서 생태계 파괴 등 2차 피해 우려를 낳았다. 도 농업기술센터 신세균(농학박사) 연구사는 “막걸리가 발효하면서 내는 특유의 냄새가 여치를 통 안으로 끌어 들이는 것 같다”며 “정확한 원인은 조사해 봐야겠지만 농약을 치지 않고도 여치 개체 수를 줄이는 묘안”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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