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쳐 흐르는 섬진강 물줄기를 본뜬 글씨체와, ‘매 사냥’ 특기를 간판으로 표현한 점이 눈에 띈다. 맨 아래 작은 사진은 이전 간판의 모습.
[사람과 풍경] 진안 원촌마을 장터
34개 청정이미지 ‘변신’…주민들 전주대와 손잡고 마을가꾸기
“섬진강 발원지 데미샘과 ‘흰구름’을 뜻하는 백운면의 청정 이미지를 살려 좋은 마을을 꾸민다.”
지난 18일 저녁 6시 전북 진안군 백운면 백암리 원촌마을 장터에는 조촐한 행사가 열렸다. ‘멋진 마을, 멋진 간판 만들기’ 잔치가 소담스럽게 벌어진 것이다.
이 마을 상점주인 21명의 34개 간판이 최근 새롭게 바뀌었다. 대부분 종전의 간판을 교체했지만, 새로 만든 것도 있다. 매사냥을 하는 한 주민에게는 간판 옆에 매를 그려넣기도 했다.
이번 간판 교체의 핵심은 자기 자신만을 드러내는 요란한 기존 관행을 벗어나, 주변환경과 어울리고 지역 정체성도 살리는 형태로 제작하는 것이다.
이 사업은 진안군의 마을가꾸기와 같은 맥락에 있다. 문화자원을 바탕으로 한 지역활성화를 위해 전주대와 손잡고 추진하고 있다.
전주대 도시환경미술학과 이영욱(50) 교수가 디자인그룹 ‘티팟’, ‘산디지인’과 함께 진행했다. 간판 제작비 1700여만원을 포함해 사업비는 모두 2600만원이다. 전주대 누리사업단에서 대부분 사업비를 맡았다. 간판 1개의 제작비는 40만~50만원으로 주민들은 10%에 해당하는 4만~5만원을 냈다.
작업은 올해 3월부터 이달 초까지 이뤄졌다. 처음에 주민들의 반응은 둘로 엇갈렸다. 변화가 좋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큰 글씨와 간판을 선호하는 기존 관행에 익숙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많았다.
이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끈 이현배(45)씨는 “주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힘들기는 했지만, 섬진강의 발원지 이미지 등을 담은 지역 정체성을 나타내 외지 관광객의 시선을 끌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전주대 이 교수는 “간판 교체 말고도 앞으로 건물의 옥상을 휴게공간으로 꾸미는 작업, 농로를 자전거길로 바꾸는 시도 등이 마을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이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끈 이현배(45)씨는 “주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힘들기는 했지만, 섬진강의 발원지 이미지 등을 담은 지역 정체성을 나타내 외지 관광객의 시선을 끌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전주대 이 교수는 “간판 교체 말고도 앞으로 건물의 옥상을 휴게공간으로 꾸미는 작업, 농로를 자전거길로 바꾸는 시도 등이 마을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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