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바뀔 때마다 확장공사 계획이 뒤바뀌는 등 8년 가까이 몸살을 앓고 있는 충북 청주의 명물인 가로수길(경부고속도로 청주 나들목에서 청주시 강서동 반송교까지 4.53㎞ 구간). 청주시 제공
시장 바뀔때마다 8차로-공원화-7차로 오락가락
2년 추진한 ‘공원만들기’ 없던일로…시민단체 반발
2년 추진한 ‘공원만들기’ 없던일로…시민단체 반발
충북 청주의 명물 가로수길이 확장 공사 여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민선 2~4기까지 시장이 바뀔 때마다 계획이 수정되면서 그동안 설계·환경성 검토 등으로 5억~6억원의 헛돈을 썼고, 공사 기간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청주 가로수길은 경부고속도로 청주 나들목에서 청주시 강서동 반송교까지 4.53㎞ 구간으로 이곳에는 1088그루의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가 터널을 이루고 있다. 1952년 만들어진 이 길은 70년대 초 지금의 4차로로 확장됐으며, 2001년 산림청 주관의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거리 숲 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영화 〈만추〉, 드라마 〈모래시계〉 등에 등장하면서 유명세를 타 청주를 찾는 이라면 누구나 한번씩 들르는 청주의 명물이다.
그러나 오창·오송과학단지 등의 조성으로 늘어나는 교통량에 대비하려고 확장 공사를 시작하면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99년 8차로로 확장 설계를 한 뒤 수차례에 걸친 시민투표, 공청회, 토론회 끝에 2004년 12월 확장공사를 시작했다. 2005년 12월에는 확장 구간을 강서동사무소~휴암 교차로(2.48㎞)까지로 줄인 뒤 2009년까지 507억원을 들여 기존 가로수길은 아스팔트를 걷어내 공원으로 만들고 양쪽에 길을 내기로 계획을 바꿨다. 지금까지 기초공사를 마치는 등 30% 가량 공사가 이뤄졌다.
그러나 지난해 취임한 남상우 시장이 재검토를 지시해 공사가 중단됐다. 시는 지난 5월3~4일 시민 1247명에게 전화 여론 조사를 했다. 결과는 기존안인 ‘가로수길 공원화+왕복 6차로 신설안’(34.7%)보다 ‘가로수길+차도·보도 신설’(38.4%)의 변경안 선호도가 높았다. 시는 이 결과 등을 토대로 2년 동안 계속해 온 가로수길 공원화 공사를 접었다.
대신 가로수길(중앙)은 조치원·경부고속도로 쪽 편도 4차로로 활용하고, 왼쪽에 청주 쪽 3차로 신설, 오른쪽 부모산 쪽에 녹지 공간을 마련하는 새 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가로수길 공원화를 바라던 시민단체들은 반대하고 나섰다. 충북환경운동연합 등 6곳의 시민단체들은 청주시에 가로수길 시정정책 토론을 청구하기로 했다. 또 ‘가로수 돌봄이’ 1088명을 모아 시민운동으로 확산시켜 나갈 참이다.
충북환경련 박창제 팀장은 “가로수길 공원화는 매연과 아스팔트 등으로 죽어가는 가로수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며 “시민 합의로 이뤄진 가로수 공원을 시민의 힘으로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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