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쓰레기 담은 대형트럭
포항시 반입 거부…처리장 없어 “마당에 둬야 할 판”
11일 오후 2시께 울산 동구보건소 신축공사장 옆 주차장엔 가정에서 수거한 20여t의 음식물쓰레기를 가득 실은 대형트럭 6대가 있었다. 이날 동구청은 음식물쓰레기를 남구 성암동 소각장으로 보내려 했으나 소각장이 포화상태여서 반입을 두고 종일 신경전을 벌였다. 류종남 동구청 환경미화과장은 “음식물쓰레기를 임시로 둘 곳도 없어 소각장에 반입되지 않으면 구청 마당에 그냥 둬야 할 판”이라며 “오늘은 소각장으로 보낸다 하더라도 내일은 어떻게 해야 할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자체 음식물처리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동구청은 날마다 발생하는 평균 53t의 음식물쓰레기를 성암동 소각장과 중구청 음식물처리장으로 보내 처리했으나, 4월부터 중구청 2차 음식물처리시설이 수리작업에 들어가면서 경북 포항시가 민간기업과 공동으로 투자해 만든 음식물처리장으로 하루 평균 15t씩 보냈다. 하지만 포항시도 최근 임아무개 시의원이 행정사무감사에서 “외지 쓰레기를 왜 받아들이냐”며 따지자 9일부터 반입 중단 조처를 내렸다. 동구청은 양산·밀양·경주 등 경·남북 일대 자치단체에 음식물쓰레기 대체 처리를 문의했으나 모두 포화상태인데다 주민 반발을 이유로 손사래를 쳤다. 이런 사정은 동구청과 이웃한 북구청도 마찬가지다. 북구청은 하루 평균 40여t의 음식물쓰레기 가운데 5~10t씩을 중구청 음식물처리장에 보내다가 동구청과 마찬가지로 4월부터 포항시 음식물처리장으로 보냈으나 반입이 중단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동구청 류 과장은 “자체 처리시설을 미리 만들지 못한 것이 잘못이지만 자치단체는 공생의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중구청 음식물처리장 보수작업이 끝날 때까지라도 포항시가 반입을 허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상훈 포항시 재활용담당은 “포항시가 어려움에 빠지면 이웃 자치단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듯이 서로 협조해야 하지만 시의원의 문제 제기를 무시할 수도 없어 난감하다”며 “심사숙고해서 반입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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