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낭만’ 이 정도는 돼야죠

경산 무학고교 학생들이 ‘방과후학교’에서 음악담당 이해정 교사에게 통기타를 배우고 있다.

통기타 치고 그림 그리고 소설 강의 듣고…

무학고교 이색 ‘방과후학교’ 150개 강좌중 20% 예체능
전교생 830명 ‘자율수강신청’

‘딩동’, 10일 오후 다섯 시, 정규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자 학생들이 삼삼오오 교실 밖으로 빠져나간다. 학생들은 자신이 듣고 싶은 강좌가 열리는 교실을 직접 찾아간다. 경북 경산시 하양읍 무학고등학교의 ‘방과후학교’ 모습이다. 음악실에서는 거칠게 뜯어대는 통기타 연주가 흘러나왔다. 대학에서조차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통기타를 가슴팍에 끼고 손가락을 이리저리 옮기는 학생들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긴 밤 지새우고….” 능숙한 기타연주에 살짝살짝 노랫말을 맞추는 강진수(17·고2)군은 “처음에는 기타줄이 몇 갠지도 몰랐다”며 “호기심에 시작했는데 이젠 컴퓨터 게임보다 더 재밌어 일주일 두 번 기타시간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강군을 포함해 20여명의 학생들에게 기타를 가르치는 이해정 교사(음악 담당)는 “가곡만 부르도록 강요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학생들이 좋아하는 곡을 마음껏 연주할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게 이 강좌의 목표”라고 말했다. 음악실 바로 아래층에 자리잡은 미술실에서는 텔레비전 앞에 학생들이 둘러앉아 정지된 애니메이션 영화의 한 장면을 그리거나 찰흙을 두드리고, 철사로 된 골격에 석고를 바르는 작업이 한창이다. 연필로 그린 밑그림에 색깔을 입히는 이동훈(17·고2)군은 올해 초부터 ‘기리고 멘들기(그리고 만들기)’수업을 듣고 있다. 신부님이 되겠다는 이군은 “나중에 사제가 돼서 신도들에게 재미있는 캐릭터를 그려주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수능 백일을 코 앞에 둔 이상민(18·고3) 군은 ‘현대소설’강의를 듣는다. 수능 모의고사를 치면 언어영역 중에서도 현대소설 부분이 많이 틀리기 때문이다. 경찰행정학과에 진학해 경찰관이 되려는 이군은 3학년이 되기전에 특기적성과목인 ‘유도’수업을 듣고 지난 달에 유도 2단을 땄다. 무학고교 ‘방과후학교’는 5년전부터 시작됐다. 당시는 ‘특기적성교육’이었지만 지난해 부터 방과후학교로 이름이 바뀌었다. 평일 정규수업이 끝나는 오후 4시부터 2시간동안 진행된다. 토요일은 격주로 열리고 방학때도 방과후학교는 계속된다. 인근 다른 고교에서 방과후학교가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보충수업이나 자율학습 중심으로만 이뤄지지만 무학고교는 다채롭고 다양한 강좌가 열린다. 강좌수만 해도 150개가 넘고 이 중 20%가 예체능 강좌로 채워져있다. 전교생 830여명이 대학처럼 스스로 수강신청을 통해 필요한 강의실을 찾아가 공부한다. 이 학교의 방과후학교는 2005년에 경북도 교육감과 교육부장관상을 받았으며, 전국 고등학교 150여곳에서 무학고교를 찾아와 벤치마킹해가기도 했다.

글·사진 구대선 기자 서은진 인턴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