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심지 대구백화점에서 로데오 거리로 가는 길바닥에 홍보전단지가 수북히 버려져있다.
사채~공연 홍보물 밤거리 ‘전단지 홍수’
“광고지·소음 탓 문화거리 무색” 비난도
“광고지·소음 탓 문화거리 무색” 비난도
젊은이들이 즐겨찾는 대구 도심지 동성로의 밤거리는 어지럽다. 명함판 크기부터 편지지만한 형형색색의 전단지가 온통 거리를 뒤덮는다. 전단지내용은 다양하다. ‘돈 빌려준자’는 사채업자의 홍보 전단지부터 나이트클럽, 음식점, 미장원, 학원, 공연행사 등을 알리는 홍보물이 대부분이다. 11일 밤 8시쯤, 동성로 한복판에 자리잡은 대구백화점앞에 앳딘 여고생 2명이 곰 모양의 탈을 쓰고 광고지를 나눠주느라 바쁘다. 주변에는 그녀가 나눠준 홍보물이 지나는 이의 발길에 채여 수북히 쌓인다. 광고지가 행인들의 손을 타고 쓰레기가 되는 시간은 불과 10초도 채 걸리지 않는다. 이곳에서 500여m 떨어진 ‘로데오 거리’에서도 나이트클럽에서 나온 청년 10여명이 광고지와 명함을 마구 뿌리고 있다. 편지지 크기의 광고지는 아예 바닥에 뿌리고, 웨이터 이름과 전화번화가 적힌 명함은 사람들에게 직접 건넸다. 옷 가게와 카페가 몰려있는 로데오거리에는 하룻밤에 뿌려지는 전단지가 어림잡아 수천장을 넘는다. 주말이면 이보다 10배나 많아 수만장을 웃돈다고 이곳 상인들은 귀뜸했다. 나이트클럽에서 웨이터로 일하고 있는 이아무개(25)씨는 “동성로 주변에서는 나이트클럽끼리 경쟁이 워낙 치열해 주말이 되면 하루 저녁에 혼자서 수백장의 광고지를 돌리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여든살이 돼 보이는 노인이 길바닥에 버려진 광고물을 줍고 있어 그 이유를 물어봤다. 그는 “명함을 모아서 동사무소에 갖다 주면 담뱃값은 벌 수 있다”며 “하룻밤에 2천장 내외를 모아 1장에 1원50전씩 쳐서 3천원 정도를 번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청은 요즘 동성로를 새단장하고 있다. 동성로를 ‘문화거리’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지상에 있던 전기 배전반을 지하에 묻고 아스팔트를 보도블록으로 바꾸며 시민들이 쾌적하게 쇼핑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거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대구시도 동성로와 그 주변 지역을 문화 컨텐츠와 접목시킨 ‘동성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동성로를 찾는 시민들은 “홍보물 쓰레기로 뒤덮힌 동성로가 문화거리가 될수 있겠느냐”며 “행정당국이 나서서 하루빨리 무분별한 광고물을 단속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골목을 살리자는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는 시민단체 ‘거리문화시민연대 ’ 박상구 사무국장은 “새로 깔린 보도블록위에 굴러다니는 광고지는 대구의 문화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행정당국이 추진중인 문화거리가 자칫 쓰레기와 소음에 묻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글·사진 구대선 기자, 서은진 인턴기자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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