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84시간 근무… 과로에 허덕이는 소방관들
전북, 78%가 2교대 근무…법정근로시간 2배 일해
지자체 “총액인건비제 현실서 3교대 전환 어렵다”
지자체 “총액인건비제 현실서 3교대 전환 어렵다”
전북 전주 완산소방서 효자119안전센터에서 구급활동을 하는 간호사 문숙(42) 소방교. 요즘 새벽 근무가 부담스럽다. 잠을 못 자면서 수행하는 새벽 출동(오전 1~5시)이 여름철에는 다른 때보다 잦기 때문이다. 이곳 센터는 출동이 많아 하루 평균 10~12건, 월 300~360건이나 된다. 13년째 근무하는 그는 2년 전 동료 박아무개 소방사가 힘들어 유산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3교대를 하는 그는 그나마 여건이 나은 편이다. 전북지역 72곳 구급대 중에서 4곳만 문씨처럼 3교대를 하고 나머지는 2교대(24시간 근무, 24시간 휴식)로 운영된다. 그는 시간외수당을 일반직 보다 12시간 더 받는데 그치고 있다. 그에게 자기계발은 사치이고, 가사노동도 버겁다.
소방공무원들이 열악한 근무여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 5일제 시행에 따른 법정 근로시간이 40시간으로 단축됐으나, 총액인건비 제도에 묶여 2교대제에 따라 주 84시간(24시간×3.5일)을 근무하고 있다.
전북도 소방본부는 정원 1421명 가운데, 구급대 등에서 일하는 외근 1105명(77.8%)이 2교대를 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2교대가 3교대로 전환하는데는 최소 300여명이 필요한 실정이다.
증원이 안 되기 때문에 소방공무원들은 24시간 2교대가 끝난 뒤에도 소방시설 점검 등 기타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형편이다.
그러나 현재 소방공무원 정원은 자치단체장이 총액인건비제 안에서 관리하고 있어 증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총액인건비 상한을 넘긴 지자체가 많은데다, 여유가 있더라도 소방보다는 행정공무원 채용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전북도 소방본부 쪽은 “지나치게 많은 근무시간으로 소방공무원의 피로가 쌓이고 사기도 떨어진 상태”라며 “경찰과 교정 등 다른 분야도 3교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훈 전북도 정책기획관은 “총액인건비제에서 전북도가 이미 33억원 가량을 초과했다”며 “16곳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1곳(인천광역시)만 3교대를 추진하고 있으나, 소방공무원 300여명을 증원하면 165억원(평균 연봉 5500만원×300명) 이상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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