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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영천 5일장에 가보니…

등록 2007-07-18 21:37

영천 5일장에 가보니…
영천 5일장에 가보니…
“돈보다 사람 그리워 나왔제”
“아지매, 마늘 사 가이소.”

쉴새 없이 장보러 나온 사람들을 불러 세우는 박학(78)씨는 마늘 석 접을 마대위에 죽 널어놓고 손님을 기다렸다. 그는 “장사를 마치고 친구들과 술 한잔 마시는 재미로 장에 나온다”며 “사람이 그리워서 나왔제, 돈 벌러 나왔겠냐”며 마늘 다듬던 손을 잠시 멈췄다. 박씨는 마늘을 구경하던 한 아주머니와 흥정을 마치고 마늘을 비닐봉지에 담으면서 옆에 있던 마늘 한 줌을 슬쩍 더 집어 넣어줬다. 17일 오후 2시 경북 영천 오일장에서 식탁보와 앞치마를 팔고 있던 하순연(66)씨도 닷새마다 한번씩 오일장만 돌아다니며 한평생을 보냈다. 그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재래시장을 잘 찾지 않는다”며 “대형마트가 들어서는 바람에 경기가 예전 같지않다”고 걱정했다. 색깔이 고운 식탁보를 매만지던 그는 흥청대던 그 시절, 옛 오일장을 떠올리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한 젊은 부부는 목이 좋은 도로 한 귀퉁이에서 어묵을 만들어 팔고 있었다. ‘뽕짝’ 반주에 맞춰 솜씨좋게 어묵 반죽을 튀겨내던 남자는 “오늘 제헌절이라 손님이 많을 줄 알았는데 평일보다 손님이 없다” 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세상살이가 언제나 좋을 때만 있겠냐”며 하던 일을 계속했다.

영천장에는 팔리는 물건의 수만큼이나 갖가지 사연과 이야기가 얽혀있다. 물건을 두고 멀리 자리를 비우지 못하는 봇짐장수들은 인도 한 켠에 낡은 탁자와 등받이가 놓인 국수전에서 허기를 달랬다. 1500원짜리 국수 한 그릇을 말아먹는 사이에 시장에서 일어나는 온갖 이야기가 오고 간다.

매달 뒤자리가 2와 7로 끝나는 날에 장이 서는 영천 오일장은 크기나 규모면에서 경북지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재래시장이다. 동대구역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영천역에 내리면 역앞에서 부터 약전골목이 시작된다. 약전골목을 따라 곧장 영천시청 쪽으로 걸어가면 제법 사람들이 붐비는 영천장이 나온다.

글·사진 구대선 기자 서은진 인턴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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