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처용문화제’ 명칭 논란
일부단체 “간통 연상 오해 소지…바꾸자”
주최쪽선 “외설적 시각으로 따져선 곤란”
주최쪽선 “외설적 시각으로 따져선 곤란”
신라 헌강왕 때 지어진 향가로 널리 알려진 처용가에서 따온 처용문화제 이름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울산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 등 시민단체와 종교·학계인사 50여명으로 꾸려진 ‘처용문화제 명칭 폐지를 위한 울산문화연대 준비위원회’는 26일 창립식을 열고 처용문화제 명칭 폐지 및 개정을 위한 5만명의 서명운동과 함께 다음달 초 심포지엄도 열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
울산문화연대 준비위는 “처용이 외출한 사이 처용의 아내가 외간 남자와 간통하는 것을 묘사한 처용가에서 축제 이름을 따면 도덕적 타락을 당연시하는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며 “울산의 대표축제에 걸맞게 ‘박제상축제’나 ‘반구대 문화축제’, ‘태화강축제’ 등으로 바꿔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실행위원장인 김진 울산대 교수는 “처용가는 근친상간을 일삼은 헌강왕에서 마지막 임금인 경순왕에 이르기까지 망해 가는 신라의 성풍속을 그려낸 것일 뿐 관용정신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처용문화제 추진위원회 쪽은 “역신을 오늘날의 시각에서 사람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고 처용의 아내를 덮친 역병으로 해석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축제 내용을 두고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외설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반박했다. 추진위원장인 박종해 한국예총 울산시연합회장은 “처용이 아내와 동침한 역신을 춤과 노래 등으로 물리치려 했다는 점 등에서 그의 관용정신은 본받을 만하다”며 “노사간 갈등이 많고 세대·계층간 반목과 불신이 심각한 오늘날 후손들이 되새겨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논란을 두고 김종경 시인은 “축제 내용을 알차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이름을 문제삼아 따지는 것은 곤란하다”며 “올해 축제를 취지에 맞지 않게 월드뮤직페스티벌 위주로 꾸미는 것이 문제”라고 양쪽 모두 비판했다.
처용문화제는 1967년 4월부터 열리던 울산공업축제를 25회째인 91년 이름을 바꾼 것으로, 외출에서 돌아온 처용이 자신의 아내와 한 이불을 덮고 있는 역신을 춤(처용무)과 노래(처용가)로 물리쳤다는 ‘처용가’의 발상지가 울산인 것에 착안해 붙여졌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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