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생태학교’에 참가한 초등학생들이 대구 앞산에서 활동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난 사슴벌레…넌 라벤더…
저연공부 느끼며 해야죠”
저연공부 느끼며 해야죠”
24일 오후 2시 대구의 환경단체인 영남자연생태보존회가 마련한‘어린이 생태학교’의 첫 수업이 열렸다. 16명의 초등학생들은 예쁘께 꾸민 교실에서 한명씩 돌아가며 처음 만난 친구들에게 자신의 이름과 닮은꼴 동물을 말했다. 이어 생태보존회 사무실 건물 뒤쪽에 있는 앞산 용두골로 자리를 옮겼다. 생태학교 주임 선생님인 백운경 사무국장은 “아이들이 땅을 밟고 물을 만질 수 있는 곳이 진짜 생태교실”이라고 말했다. “여러분은 어떤 이름을 갖고 싶나요.”자신을 ‘예쁜 수수꽃다리 선생님’이라고 소개한 황숙영 간사는 앞산 용두골로 들어가는 길목 한켠에 있는 널찍한 장소에 아이들을 모아 놓고 일일이 어울리는‘생태별명’을 지어줬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추민지(11)양은‘만들기 선수 느티나무’란 이름 얻었다. 이봉수(11) 군은 ‘씩씩한 사슴벌레’란 이름이 붙었고, 한쪽에 떨어져서 한참을 고민하던 김민선(10)양은 스스로‘영어 잘하는 라벤더’라고 지었다. “선생님과 함께 손바닥을 쳐요.”저마다 만족스러운 이름을 찾은 아이들은 선생님이 나눠준 활동기록책을 펼쳐 들고, 친구들과 쉽게 사귈수 있는 열가지 방법을 적어 놓은 ‘사귐 명령지’를 채워 나갔다. 친구와 짝을 지어 서로 머리를 맞대고 10초 동안 가만히 있거나 손바닥을 마주치는 행동을 하면서 서먹서먹했던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어울리기 시작했다. 수업이 끝나갈 무렵 어린이 16명은 세 개의 모둠으로 갈라졌다. 뻐꾸기, 참새, 부엉이 모둠으로 뭉친 아이들은 주위에 있는 나뭇잎과 가지 등을 모아 자기의 모둠을 나타내는 깃발을 만들었다. 깃발을 만들면서 한 남자 어린이는 소나무 밑둥에 붙어 있는 빈 매미 번데기 껍질을 발견하고 가슴에 훈장처럼 달고 다니기도했다. 지렁이가 지나가는 걸 지켜보던 한 여자 어린이는 징그럽다는 표정을 짓고 연필 끝으로 지렁이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 보기도 했다. ‘어린이 생태학교’를 연 류승원 대표는 “자연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며 “이 행사에 참여한 아이들이 앞으로 어른이 돼서도 함부로 강을 막고 산을 자르는 짓은 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어린이 생태학교는 이날부터 다음달16일까지 4주 동안 매주 화, 목요일 오후 2~5시 대구시 수성구 파동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사무실과 앞산 용두골, 신천 등지에서 열린다. 모두 8번에 걸쳐 용두골 숲체험, 신비한 곤충체험, 재생에너지 배우기, 신천 물속친구 만나기 등 다채로운 내용으로 꾸며진다. (053) 767-2030. 글·사진 구대선 기자 서은진 인턴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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