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암산에서 흘러내린 시냇물이 숲에 난 도랑을 따라 동구릉의 입구까지 흐른다. 도랑과 그 주변의 나무들로 인해 동구릉은 하나의 온전한 생태계를 이룬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왕의 숲’ 에 빠지면 나도 왕이로소이다 조선왕조 9개 능 모셔져
‘왕손 제의’ 외 출입 막아
수백년 자란 산림 무성
5월엔 검안산 산길 개방 왕릉은 역사의 숨결이 잠든 거대한 숲이다. 일제 식민지와 개발 시대를 상처입고 짓밟히면서 버텨낸 왕들의 숲은, 지금은 난개발된 수도권에 작은 숨통을 틔우고 있다.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 검암산 안자락에 들어앉은 9개의 능인 동구릉(사적 193호)은 조선 왕릉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숲이 잘 보존된 곳으로 꼽힌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묻힌 건원릉과 14대 선조와 비 의인왕후, 계비인 인목왕후의 목릉, 21대 영조와 계비 정순왕후의 원릉 등 9개의 능에 17위의 왕과 왕비의 묘가 모셔졌다. ‘동구릉’이라는 이름은 철종 6년(1855)에 수릉(순조의 장남)을 9번째로 모신 이후부터 불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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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으로 향하는 숲길은 나무들의 생김새와 향기를 여유롭게 즐기되, 능을 둘러볼 때는 표지판을 보며 능의 구조를 꼼꼼히 공부하듯 살피는 것이 좋다. 그냥 지나치기 쉬운 능의 난간석과 문·무인석(능 앞에 세우는 문·무관 형상으로 된 돌)은 우리나라 묘 양식을 잘 보여준다. 봄이 절정에 이르는 5월이면 검암산 산길도 개방된다. 지난해 처음 개방된 이 산책로는 숭릉길 0.6㎞(20분)와 자연학습장길 4.6㎞(1시간45분) 코스로 산림욕에 최적이다. 주말과 공휴일만 개방되는 이 길을 통해 해발 150m에 이르는 검암산 정상 부근까지 오르면 멀리 수락산과 도봉산까지 바라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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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효석 동구릉 관리소장은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으로 왕릉이 훼손되면서 소나무의 자생을 방해하는 아까시나무나 리기다소나무 등 외래종이 많이 들어섰다”며 “이들을 베어내고 1년에 2000~2500그루의 소나무를 새로 심고 있다”고 말했다. 동구릉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들어갈 수 있으며, 매주 월요일은 쉰다. 서울 청량리역 앞에서 202, 7-8번을 타거나 지하철 2호선 강변역에서 1, 1-1, 9-2번을 이용하면 된다. (031)563-2909.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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