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의 여름 구상안
휴가 마친 김문수 지사
실·국장에 ‘견학과제’
간부들 고개‘절레절레’
실·국장에 ‘견학과제’
간부들 고개‘절레절레’
“망해가는 남이섬을 어떻게 살렸는지 배우세요.”
지난주 여름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김문수 경기지사가 7일 경기도 전체 실·국장과 산하 23개 기관장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각종 ‘여름 구상안’을 쏟아내자 휴가철 분위기에 젖어 있던 경기도에 비상이 걸렸다.
A4용지 3장 분량의 이메일에는 서해안 일대의 간척지 등에 대한 실태를 조사해 보고할 것, 경기도 행정구역 변천사를 지도와 면적 등으로 비교 분석해 보고할 것, 동부 상수원지역 연구 보고, 경북 영천의 수목장 견학과 보고와 같은 구체적 과제들이 쏟아졌다.
김 지사는 특히 전자우편 내용 중 1/3 가량을 남이섬의 성공에 할애했다. 섬의 둘레가 4㎞인 남이섬은 강원도 춘천시에 있는 총면적 0.453㎢의 섬이다. 1960년대 한 민간업체가 사들인 뒤 현재는 매년 60여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명소로 바뀌었다.
왜 남이섬일까? 김 지사는 “대한민국에 대한 아집을 버림으로써 남이섬이 더욱 대한민국적인 남이섬으로 성공했다”고 말했다. 잡풀만 무성했던 남이섬에 예술가들의 손길을 거쳐 예술적으로 거듭난 호텔, 낙산사와 화성 서장대에서 불타 버려진 재목이 예술적 재활용품으로 되살아나고 도자기와 목공예, 유리공예가 섞여 세계인들도 와서 감탄하는 퓨전도예로 거듭난 남이섬의 성공 사례들을 조목조목 지적한 뒤 공부해야 할 대상자들도 직접 지정했다.
남이섬 견학에는 서효원 행정부지사와 임병수 경기관광공사 사장, 한류우드 담당자, 미술관장을 비롯 문화관광과 공공디자인, 도시개발과 환경 관련 공무원이 뽑히는 등 과제별로 견학 대상자들도 김 지사가 정했다. 공무원들은 “여름휴가가 휴가가 아니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면서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경기도의 한 간부는 “부서별로 계획을 세워 8월 중에 견학을 하고 보고서를 내야하는 등 할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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