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땅주인, 월 2만원씩 요구
“집 앞 골목길을 지나가는데 통행료를 내라니요?”
대구 서구 평리6동에 사는 주민들은 최근 ‘앞으로 집 앞 골목길을 지나가려면 돈을 내라’는 내용증명을 우편으로 받고는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있냐”며 하소연했다.
주민 이아무개(59)씨는 “17년 동안 아무런 일없이 살았는데, 느닷없이 통행료를 내야 한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구 평리6동 434-45, 55 등 두개의 골목길(지도) 주변에 사는 주민들에게 지난달 중순쯤 ‘골목길 주인’이라고 밝힌 김아무개(42·부동산업자)씨가 나타나 한 달에 2만원씩 돈을 내라고 요구했다.
사연을 알고 보니 이곳에서 17년 전 주택을 지은 뒤 판 ㅅ건설이 1997년 경제위기때 부도를 내면서 지방세 1000만원이 밀려 대구 서구청이 지난 2월26일 골목길을 공매에 부쳤다. 서구청은 “골목길은 보통 근처 주민들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게 원칙이지만 이 골목길은 당시 건설회사가 주민들에게 등기이전을 해주지 않고 땅을 소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 골목길은 자산관리공사의 공매를 통해 6월28일 김씨에게 801만8000원에 낙찰됐고, 김씨는 법적으로 자신의 땅을 이용하는 주민들에게 통행료를 받겠다고 나섰다. 두 골목길 안에는 집주인과 세입자 등을 합쳐 20여가구가 살고 있다. 골목길은 두 곳 모두 길이 13m, 너비 2.로 비슷하며 면적은 각각 42㎡와 47㎡이다.
대구 서구청은 “공매를 통해 골목길을 넘겨받으면 보통 재개발 때까지 땅을 소유하고 있다가 비싼 값에 되파는 경우가 많은데 통행료를 거둘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일을 원만하게 처리하기 위해 김씨를 상대로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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