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특보속 ‘더위와 전쟁’
열대야 피해 팔공산·비슬산 수천명 ‘북적’·노인쉼터·응급센터 운영도
대구 지역에 잇따라 폭염특보가 내려지는 등 섭씨 35도를 넘나드는 무더위와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도심 주변에서 더위를 피할 수 있는 팔공산과 앞산, 두류공원, 월드컵경기장 등이 피서지로 시민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대구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팔공산과 비슬산. 시민들은 지난달 하순 장마가 끝난 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도심에서 승용차로 30분 거리인 팔공산 계곡을 찾고 있다. 이곳은 주차장과 남녀가 구분된 샤워시설, 화장실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으며, 텐트 설치 비용(하루 소형 1천원, 중형 2천원, 대형 3천원)이 다른 곳보다 싼 데다, 길게는 20일까지 설치할 수 있어 야영객들이 즐겨 찾는다. 21일 현재도 이곳 야영장에는 100여개의 텐트가 설치돼 있을 정도다. 낮에는팔공산 최고의 피서지로 알려진 수태골 계곡에서 더위를 피하고 밤에는 야영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피서객들도 적지 않다. 수태골은 하루 평균 1천명이 넘는 피서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만큼 붐빈다.
대구 남쪽의 비슬산도 마찬가지여서 170여개의 텐트를 설치할 수 있는 야영장이 연일 만원이며, 180여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자연휴양림 안 숙박시설은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탁 트인 공간에 바람이 자주 불고 천연잔디가 깔려 있어 휴식을 취하기 안성맞춤인데다 수준 높은 공연까지 감상할 수 있는 두류공원의 야외음악당도 인기가 높다.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19일까지 공연이 열렸던 야외음악당에는 하루 평균 7천여명이 찾아 공연을 즐기면서 더위를 식혔다. 관객 가운데 상당수는 공연이 끝나도 돌아가지 않고 간이모기장 등에서 잠을 자면서 열대야를 피했다. 분수대와 인공호수 등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시설과 벤치 등이 마련된 대구월드컵경기장 주변과 신천 둔치 등도 도심에서 가까워 해가 지면 열대야를 피하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대구시는 찜통 더위가 계속되자 노인과 장애인을 위해 동사무소와 경로당, 금융기관 등 574곳을 폭염 쉼터로 지정하는 등 폭염종합대책을 마련했다. 대구지하철 2호선의 지하수와 살수차를 이용해 도로 바닥에 물을 뿌리고, 신천과 월광수변공원, 팔공산공원 등의 분수 83곳을 모두 가동하고 있다. 또 생활지도사와 노인 돌보미, 가사간병 도우미 등 서비스 인력 2천여명에게 홀몸노인 4만여명과 중증장애인 790명의 집을 찾아 돌보도록 했다. 폭염에 노인과 장애인 환자 발생에 대비해 응급의료정보센터(국번없이 1339)와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경북대병원 등)를 통해 24시간 응급의료체계를 유지하도록 했다.
글·사진 구대선 기자sunny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