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청 추진 ‘명품학교 인증’ 홍역
“나머진 짝퉁이냐” “학교·교사까지 상업화” 비판
‘두발규제’를 생활지도 명품이라며 신청하기도
‘두발규제’를 생활지도 명품이라며 신청하기도
지난 5일 경기도 교육청 홈페이지는 한바탕 홍역을 겪었다. 도 교육청이 이날까지 각 학교별로 명품 교육프로그램을 접수토록 한 때문이다. 오전까지 접수된 ‘명품 학교’와 ‘명품 교사’ 등 ‘명품 프로그램’은 초등학교 3200여개, 중학교 1200여개, 고교 360여개. 1천여명이 동시에 접속이 가능하게 컴퓨터의 용량을 늘렸지만 접속이 폭주하면서 도교육청은 접수 마감을 하루 늦추는 등 소동을 벌였다.
■ 무엇이 명품? =고양의 한 고교 교사는 ‘사교육 없이 전원 미대 입학’이라는 미술특기자 육성방안을 냈다. ‘명품 교사’ 인증을 받기 위해서다. 안양의 한 초등학교는 ‘전교생 바둑반 운영안’으로 ‘명품 학교’ 인증 신청을 했다. 전교생 바둑 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2005년 84.37점이던 전교생의 평균 점수가 지난해 86.17점으로 높아졌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시한에 맞춰 급조한 흔적도 보인다. 한 학교는 효도클럽을 조직해 충효교육의 명품 학교를, 또다른 학교는 환경 담당 교사제를 실시해 깨끗한 학교 만들기 등의 명품 학교를 제안했다. 한 교사는 “학교별로 명품 담당 교사들이 명품 고교를 견학한 적이 있는데 생활지도 명품 학교라는 이 학교는 머리를 깎을 경우 두피가 보여야 하고 앞 머리는 이마의 형태가 보이도록 규정한 데다 교사들의 학교 방문시 학생들이 서서 거수 경례까지 붙였다”며 “도대체 ‘명품’이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특화” “한건주의” 논란=경기도 교육청 혁신복지담당관실의 임선애 장학사는 “공교육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전문성이 있는 선생님들의 프로그램을 발굴해 인증한 뒤 이를 특화해서 발전시키겠다”며 올 연말까지 명품 학교와 명품 교사 인증을 끝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명품 교사와 학교를 정해 학부모와 학생들의 존경심을 유발하고 나아가 학교와 교사 선택권을 늘리는 등 수요자 중심의 공교육을 실현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일선 학교에서는 “명품이 아닌 나머지 학교와 교사는 그러면 짝퉁이냐”며 ‘한건주의적 발상’이라는 반발도 적지 않다. 일선 교사들은 “명품 가방과 아파트에 이어 교육 분야에, 특히 교사들까지도 명품이라는 이름을 붙여 상업화할 필요가 있느냐”며 “명품 프로그램이라는 게 이미 학교 중점사항이란 말로 매년 학교별로 추진되어온 특성화 프로그램과 중복된 경우가 많고 이번에 제출시한에 맞춰 제출된 것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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