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창작 뮤지컬 〈…하여도〉 출연 배우들이 공장에서 힘겨운 노동을 하는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 〈…하여도〉 제작팀 제공
창작뮤지컬 〈…하여도〉
1987년 노동자대투쟁 20돌 맞아 15일 울산서
현대중 노래패·여성평등모임 회원들 직접 연기 ‘신성한 노동과 함께 생성된 문화를 노동자에게 돌려주자’ 1987년 노동자대투쟁 20돌을 맞아 이달 15일 저녁 7시30분 울산 중구 남외동 동천체육관 앞 특설무대에 노동자 창작뮤지컬〈…하여도〉가 올려진다. 이 작품은 건강한 노동문화가 뿌리내리기를 희망하는 200여명의 노동자와 시민들이 1만~2만원씩 낸 성금으로 만들었다. 일종의 사전 제작 후원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영화나 콘서트 등 대중문화영역에선 더러 있었으나 노동문화운동에선 드문 사례다. 실제로 1500여만원의 제작비 가운데 ‘87년 노동자대투쟁 2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가 지원한 200만원을 빼면 나머지는 성금과 출연배우들이 낸 기금이다. 기획을 맡은 유미희(41·여)씨는 “다른 노동단체나 대기업 노조 등을 통해 제작비를 조달할 수도 있었지만 관객을 무대의 주인으로 모시자는 작품 취지를 살리기 위해 이 방식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기금을 낸 이들이 제작자이자 관객인 것이다. 이 작품의 대본·음악·영상제작 등은 다른 영역에서 노동문화운동을 펼치던 이들이 함께 만들었다. 젊은 춤꾼패 ‘무리’와 현대중공업 40대 노동자 노래패 ‘노래마당’, 여성 평등운동 모임 ‘하늘소리’ 등의 회원들이 배우와 스텝으로 나섰다. 연대를 위한 노래모임 ‘좋은 친구들’은 음악 녹음장비를 거저 지원했다. 무대에 오르는 20~40대 배우 12명은 6월부터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 건물에서 극단 ‘새벽’의 배우들로부터 연기 지도를 받아왔다. 공연 일자가 다가오면서 주로 퇴근 뒤 시간을 쪼개 날마다 연습을 하고 있다.
〈…하여도〉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해고를 통보 받은 비정규 여성 식당 노동자들이 농성을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과 함께 시작된다. 이어 이들의 기억을 통해 자본주의 구조 속에 신음하는 다양한 노동자들의 삶을 조명하고, 이들의 좌절과 희망을 그려낸다. 가족과 자본의 회유에 흔들리는 노동자들이 ‘그래도 고통받는 노동자들과 어깨를 함께 걸고 가야 한다’는 내용의 노래와 함께 막을 내린다. 기획자 유씨는 “노동자 뮤지컬의 진수를 보여주기 위해 영남 지역을 돌아가며 공연을 계속할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처지를 대변하는 작품을 만드는 환경이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052)903-2338.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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