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랑 회원들이 지난달 15일 울산 북구 농소2동 냉천마을에서 열린 경로잔치에서 학춤을 추고 있다. 농소2동 문화의집 제공
울산 ‘학사랑’ 사람들
“건강도 되찾고 봉사활동도 할 수 있어 너무 좋아요.” 주부 김월화(58·울산 북구 농소2동)씨는 학춤에 푹 빠져 있다. 머리에 갓을 쓰고 선비옷을 입고 외발로 선 채 날기 직전 학의 모습을 표현하는 춤사위가 멋이 있어서만은 아니다. 4년 전부터 학춤을 배우면서 항상 무겁던 몸이 가쁜해지고, 힘들게 배운 학춤으로 소외된 이웃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가 배우고 있는 학춤은 울산학춤에 요가와 태극권 동작 등을 섞어 만든 이른바 ‘건강학춤’이다. 이 학춤은 양산 사찰학춤을 연마한 김덕명 선생한테서 사사받은 울산학춤 보유자 백성스님(김성수)한테 3년 동안 배운 유경렬(54)씨가 만들었다. “30여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빠진 건강을 회복하려고 무술운동을 하다가 음악과 함께 즐겁게 할 수 있는 학춤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춤을 배운 뒤 대학원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노인을 대상으로 여러 실험을 해 건강과 접목한 학춤을 개발했습니다.” 40~70대 여성 중심 4년전부터 ‘덩실덩실’
반찬값 아껴 요양원·장애시설 무료공연 건강학춤의 동작은 50여가지다. 몸의 평형을 유지하고 부드럽게 해주는 동작인 굴신운동이 많다. 가장 힘든 동작은 역시 외다리로 서서 두 팔을 학 날개처럼 옆으로 펼치는 동작이다.
유씨는 현재 북구 농소2동 문화의집과 동구노인복지회관, 북구문화예술회관, 현대자동차문화회관 등 울산의 4곳에서 건강학춤을 가르치고 있다. 수강생들은 40~70대 여성이 대부분이다. 40대는 백학, 50대 후반~60대는 청학(천년을 산 백학), 70대는 현학(천년을 산 청학)이라고 부른다. 백학·청학·현학들은 이 과정을 마치면 2004년 1월 발족한 4곳의 연합 동아리 ‘학사랑’ 회원이 된다. 회원들은 해마다 정기공연을 한다. 지난 5월엔 수원대에서 열린 ‘제1회 운학전국무용제’에 나가 13개 참가팀 가운데 1등을 차지했다. 얼마 전엔 경기도 의정부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제16회 전국무용제’로부터 초청을 받아 전문 춤꾼들 앞에서 공연하는 영광을 누렸다. 회원들은 춤사위가 삶에 지치고 어려움에 부닥친 이들에게 힘을 줄 수 있다면 전국 어디라도 달려간다. 요양원, 노인병원, 경로잔치, 발달장애시설 등에서 자주 공연 요청이 온다. 일부에선 경비를 지원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회원들이 반찬값을 아껴 마련한다. 총무 김남순(42)씨는 “동아리를 탈퇴하는 회원들이 거의 없다”면서 “춤사위를 보고 활짝 웃는 소외된 이웃들의 얼굴을 보면서 느끼는 뿌듯함이 모임을 이어가는 원동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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