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경실련 수화 모임 작은 사랑 회원들이 경실련 후원의 밤 행사에서 수화 공연을 하고 있다.
열돌 맞은 수화동아리 ‘작은 사랑’
손으로 사랑을 시작하고 나누는 이들이 있다. 충북경실련(옛 청주경실련) 수화 동아리 ‘작은 사랑’은 모두가 소통하는 세상을 꿈꾸며 행복한 실천을 하고 있다. 1997년 8월 모임을 꾸린 뒤 10년 동안 200여명의 수화인들을 길러 냈다. 해마다 3월과 9월 3개월 과정으로 두 차례씩 개강하는 수화 교실은 23기 수강생을 맞았다. ㄱ, ㄴ, ㄷ에 이어 가, 나, 다…, 등 기초 한글과 단어를 익히고 1, 2, 3 등 숫자를 익힌다. 손으로 말하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수업이 될 것 같지만 뜨덤뜨덤 말까지 하며 익혀야 하기 때문에 수업시간은 의외로 시끄럽다. 충북경실련 “석달과정 수화 배워보세요”
강의로 ‘수화전도’ 통역으로 ‘사랑전도’
지은숙(39)중급반 강사는 “수화는 손만으로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얼굴 표정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며 “수화의 조사 역할을 하는 표정을 바르게 짓고, 장애인들이 입 모양을 볼 수 있게 소리를 크게 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수화 대물림’과 ‘수화 전도’ 전통은 유명하다. 지 강사는 남편인 청주 농아인 교회 안성국(44)목사와 종이로 사랑을 나누다 수화를 익힌 뒤 20년째 수화 강의와 통역으로 청각 장애인들의 입이 되고 있다. 초급반 강사인 김철(32·물리치료사)씨는 작은 사랑 14기로 수화를 배운 뒤 후배 수화인들을 길러 내고 있다. 작은 사랑 회장인 19기 김수열(50)전 전교조 충북지부장은 원봉중학교에서 수화 동아리 ‘천사의 손’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수화를 가르치고 있다. 초급 과정을 마친 이들은 중급반으로 옮긴다. 중급 과정은 문장, 말하기 위주로 수화를 익히지만 봉사 활동에도 열심이다. 40여명의 중급반 학생들은 다달이 세 번째 일요일 청주 상당공원에서 만나 충주 주덕 사랑의 집 등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다니며 청소, 빨래 등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경실련 후원·회원 행사 등 2~3차례씩 수화 작품을 발표하고 있으며, 충북 사랑의 수화대회 등에서 6차례나 상을 받는 등 실력도 인정받고 있다. 김 회장은 “장애를 지닌 사회를 바꾸는 데 작은 도움이 되려고 수화를 했다”며 “수화가 확산돼 모두가 소통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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