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청원군 내수읍 형동리 <운보의 집> 곳곳에 쳐진 금줄이 1년6개월만인 2일 오후 걷힌다.청원/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파행 1년반 만에 출입 전면재개…정상화 길터
운보재단쪽 분재공원 추진…또다른 갈등 예고
운보재단쪽 분재공원 추진…또다른 갈등 예고
운보 김기창(1913~2001)화백의 예술혼이 서려있는 충북 청원군 내수읍 형동리 <운보의 집> 공방, 주차장, 안채 일부 등의 출입을 막아온 금줄이 걷히면서 운영 정상화 기대를 낳고 있지만 갈 길은 멀다. 운보의 집은 2005년 11월 전체 8만4480㎡(2만5600평)가운데 2만5970㎡(7870평)를 산 한아무개씨가 운보의 집을 운영해온 운보문화재단과 마찰을 빚은 끝에 지난해 5월 주차장·공방·갤러리·안채 잔디밭 등에 관람객 등의 출입을 막는 금줄을 치면서 1년6개월동안 파행 운영돼 왔다. 한 때 평일 1천명, 주말 2천명까지 관람객이 몰리는 등 지역 명물 운보의 집은 금줄 설치 이후 한적한 유원지로 변했다. 그러나 한씨가 최근 운보의 집 근처 11만5500㎡(3만5천평)의 산을 사 신문사 박물관, 미술관 등의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충청일보>이규택 회장과 금줄 철거 약속을 하면서 정상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은 “지역의 명물이자 자랑인 운보의 집을 정상화하려고 한씨에게 부탁해 금줄을 철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충청일보>직원 등은 2일 오후께 금줄을 치울 계획이다. 한씨도 “이 회장의 부탁에 따라 공공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금줄을 철거해도 좋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써 줬다”며 “재단의 억지와 엉뚱한 운영을 막으려는 뜻에서 금줄을 쳤을 뿐 생떼를 쓰려던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운보의 집은 운보의 기부로 문화재청이 소유하고 있지만 일부 재단 이사 등이 주도해 안채·미술관 등 시설을 훼손하고, 재단 설립 취지와 벗어난 분재 공원 조성을 추진하면서 또 다른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 5월29일 문화재청의 고발로 청주지검이 재단 운영 등을 수사하고 있는데다, 이사 선임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충북예총 등 시민단체 등으로 이뤄진 ‘운보의 집 정상화 추진위원회’ 이욱 사무처장은 “금줄을 치우는 것만으로 운보의 집이 정상화하는 것은 아니다”며 “운보의 예술혼을 이을 수 있는 취지의 정상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