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활동하는 비보이들이 마임연기자 조성진씨(오른쪽)의 지도로 국악에 맞는 몸짓을 배우고 있다.
세계 수준 국내 비보이그룹 직접 탈춤 공연
태평소·피리-드럼·신디사이저 선율 어우러져
태평소·피리-드럼·신디사이저 선율 어우러져
대구 도심지 동성로에서 12~13일 탈춤과 비보이가 만난다.
12일 저녁 7시 40분 탈춤을 추는 한떼의 춤꾼들이 나타나 스트리트 댄서들과 어색하게 만난다. 처음에는 따로 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데 어울려 한바탕 춤판이 벌어진다는 내용으로 꾸민 45분짜리 공연이다. 태평소와 피리, 대금, 소금, 가야금 등 9종의 우리악기와 드럼, 베이스기타, 신디사이저 같은 서양악기가 함께 어울린 음악이 흐른다. 대구의 대표적인 노래패 ‘좋은 친구들’에서 활동하는 박경아씨가 직접 만든 창작곡이다. 비보이, 락킹, 팝핀, 하우스, 힙합, 걸스힙합 등 스트리트 댄서들이 출연해 탈춤, 현대무용과 친해져가는 모습이 재미있다. 우리민족의 정서가 배여 있는 탈춤과 미국 흑인들의 애환이 깃든 비보이가 거리에서 만나는 모습은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다. 이 행사를 마련한 대구민족예술인 총연합회(민예총) 한상훈 기획국장은 “지금까지는 우리악기로 연주하는 서양음악에 맞춰 춤꾼들이 춤을 추는 형식에 머물렀지만, 이번에는 비보이들이 아예 팔에 한삼을 끼고 직접 탈춤을 추며 진정한 만남을 이뤄내는 새로운 시도를 해봤다”고 말했다.
색다른 춤판에는 대구에서 활동하는 풍물굿패 ‘매구’와 ‘소리광대’, 국악예술단 ‘한사위’ 등이 참여한다. 또 프랑스, 영국, 일본 등에서 열린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하며 우리나라 최고의 락킹 그룹으로 인정받는 ‘오리지날리티’와 연륜이 묻어나는 ‘이렉트로 락’, 신예들로 구성된 ‘스텝 락커스’, 대구에서 보기 힘든 하우스 장르를 추는 ‘풋업’ 등 스트리트 댄스들도 선을 보인다. 둘째날에는 길놀이 복장을 한 비보이들이 상모와 함께 풍물판 굿판을 펼치면서 시작된다. 스트리트 댄서 10명이 버스에서 이뤄지는 사랑을 마임으로 표현해낸 <스트리트 발림>과 극단 ‘가인’과 춤꾼들이 함께 꾸미는 환경 관련 짧은 풍자마당극도 빼놓을 수 없다. 드럼 소리로 시작되는 판소리 <신 비보이가>도 볼 만하다. 비보이들의 삶을 또랑광대가 마치 랩음악처럼 구수하고 유쾌하게 판소리로 풀어내고 비보이들은 판소리에 맞춰 춤을 춘다. 창작국악합주단 ‘여음’의 소리꾼 고정숙씨와 외국에서도 알아주는 대구의 대표적인 비보이그룹 ‘티지브레이크스’ 7명이 오래된 친구처럼 호흡을 척척 맞춘다.
이호근 총감독은 “젊은이들의 문화인 스트리트 댄서와 전통예술이 서로를 이해하고 닮아가는 뜻깊은 첫 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구대선 기자sunnyk@hani.co.kr 사진 대구민예총 제공
행사를 알리는 홍보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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