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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천년의 추억’ 돌다리 거센 물살에 흩어지나

등록 2007-10-14 21:01

충북 진천 농다리 축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다리를 건너며 소원 성취를 기원하고 있다. 진천군 제공.
충북 진천 농다리 축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다리를 건너며 소원 성취를 기원하고 있다. 진천군 제공.
[지금이곳은] 진천 농다리
집중호우·토사 탓…84년 이후 19차례 유실
“마을주민 길흉화복 중심”…근본 대책 고심

‘진천 농다리’(지방유형문화재 28호)가 잇따른 유실로 ‘천년 다리’ 위용을 잃어 가고 있다. 비만 오면 무너지고, 쓰러지는 등 부실 다리가 되고 있다. 1984년부터 현재까지 19차례나 다릿발·상판 등이 유실됐다.

충북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 세금천을 가로지르는 농다리는 신라시대~고려시대 사이에 만들어져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로 알려졌다.

농다리는 편마암의 하나인 자석을 쌓아 만든 것으로 길이 93.6m, 너비 3.6m, 높이 1.2m의 돌다리다. 농다리는 주변에 있는 돌을 사용해 물고기의 비늘처럼 돌의 끝부분을 서로 맞물려 28칸(지금은 25칸)의 다릿발을 세운 뒤 상판을 얹은 특이한 형태다.

다릿발은 옆에서 보면 완만한 사다리꼴이지만 다리에 올라 내려다보면 길쭉한 타원형을 띠고 있어 빠른 물살의 저항을 분산시킬 수 있게 돼 있다. 이런 과학적 배려로 접착제를 쓰지 않고도 천년의 풍상을 견뎌내 토목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충북대 토목공학과 전민우 교수는 “접착 없이 쌓는 것만으로 수백~수천년을 잇는 다리는 전무후무할 것”이라며 “조상의 지혜와 슬기가 담긴 문화유산”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주 무너지면서 부실 다리가 되는 바람에 진천군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8월4~5일 집중호우때 11·12·15번 상판 셋과 2~4번 다릿발 일부가 물에 떠내려갔다. 지난달 14일부터 계속된 비로 상판 둘과 다릿발 넷이 무너졌지만 물이 빠지지 않아 복구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군은 다리가 무너질 때마다 500만원 안팎의 예산을 들여 복구를 하지만 떠내려가기를 거듭하고 있다.

농다리보존회 신응현(77) 회장은 “농다리는 농사·물물거래·소통 등은 물론 주변 마을 주민의 길흉화복을 점치고 기원하는 중심이었다”며 “옛 모습과 뜻을 완전하게 되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은 2005년 11월 충북대 건설기술연구소에 농다리의 잦은 유실과 복구 대책 용역까지 맡겼지만 효과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 교수는 “토사가 쌓이고 하천 폭이 좁아지면서 빨라진 물살이 다리를 괴롭히고 있다”며 “다리를 쌓을 때처럼 28칸으로 늘려 하천 폭을 확보하고 준설을 하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은 부실해 졌지만 다리에 서린 더께만큼 전설과 사연도 많다.

고려시대 임연 장군이 부친상을 당한 한 부인이 내를 건너지 못해 발을 구르자 용마를 타고 다리를 만들어 건너게 했다는 전설과 신라시대 때 김유신 장군이 만들었다는 전설이 이어지고 있다.

또 아낙이 다리를 건너면 아들을 낳고, 노인이 건너면 무병장수하는 등 건너는 이에게 소원성취와 복을 전하는 다리이면서 한국전쟁·갑오농민전쟁 등 큰 일 때면 소리를 내거나 상판이 떠올라 재앙을 알린 영험한 다리로도 알려져 있다.

진천/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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