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 재단 전입금 기피 만연
대구 정화여고는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사학이다. 교직원이 100여명이고 학생은 1600여명을 웃돈다.
이 학교는 교직원 인건비와 학교운영비 등을 더해 연간 56억원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 22억원은 학생들이 낸 입학금과 수업료로 충당하고 나머지 34억원은 대구시교육청에서 지원을 받는다. 교직원 100명의 공무원연금과 건강보험료 등은 재단에서 절반(법정부담금)을 내야 하지만 이마저도 시교육청 예산에 의존한다. 이 학교의 지난해 한해 법정부담금은 2억6081만7천원이지만 재단은 고작 60만원(0.2%)만 냈을 뿐이다. 재단은 한해 60만원만 내고 교장과 교사, 직원을 채용하는 등 인사권과 학교 운영권을 행사한 셈이다. (도표)
23일 정만진 대구시 교육위원이 2003~ 2007년 5년치 사립재단 법정부담금 지출 내역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대구시내 사립고교 48곳 가운데 법정부담금을 제대로 낸 학교는 계성고뿐이며 대부분은 내지 않고 있다. 그나마 경명여고(48%), 대중금속공고(70%), 상서여정고(55%)등이 비교적 많이 내는 편이며, 경북예고(17.5%)와 경상고(11.7%), 남산고(12.6%) 등 10여곳이 간신히 10%대를 넘겼다. 나머지 36곳은 10%에도 모자라며 구남여정고(0.2%)와 정화여고 등은 1%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시교육청이 예산으로 대신 물어준 액수가 △2003년 77억500만원 △2004년 81억8700만원 △2005년 81억7200만원 △2006년 85억9200만원 △2007년 91억7600만원으로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정 위원은 “시교육청이 제대로 내도록 요구하지도 않고, 많이 낸 학교를 우대해주지도 않는데 사학재단이 굳이 낼 이유가 있겠느냐”며 “ 앞으로 각종 포상금 배정이나 학교 시설비 등의 지출 때 많이 낸 학교를 우선 지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교육청 학교운영지원과 이병문 사무관은 “재단부담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현상은 전국이 비슷하다”며 “자주 독촉을 하지만 사학재단이 자체에서 수익을 낼 만한 재산이 없어 돈을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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