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회사 매각용” 회사 “디지털 투자 위해”
공중파·케이블방송 등 종합유선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울산의 주택 및 상가 40여만 가구 가운데 16만여 가구를 회원으로 확보하고 있는 ㈜울산중앙케이블방송 노사가 유선망 신규 설치와 수리를 담당하는 정규직원의 외주화를 두고 마찰을 빚고 있다.
노사 갈등은 회사 쪽이 지난 8월 별도법인을 세워 유선망 신규 설치와 수리 등을 담당하는 외근 직원 40여명을 보내는 외주화 방침을 세우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새 법령에 따라 2013년부터 현재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방송으로 전환해야 하는 종합유선방송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엄청난 투자가 불가피하고 이를 대비하기 위해선 인건비 등 고정비용과 몸집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 쪽은 외근 직원들의 반발이 우려되자 이들이 별도법인으로 옮기더라도 정규직으로 근무할 때와 마찬가지로 55살의 정년과 임금 등 근로조건을 같은 수준에서 보장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외근 직원들은 회사가 매각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외근 직원을 먼저 내보낸 뒤 매각이 성사되면 결국 실직하게 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100여명의 전체직원 가운데 외근 직원 40여명 등 50여명이 8월21일 노조를 설립했다. 이어 대표의 친동생이 9월 중앙미디어네트워크라는 별도법인을 만들자 부산노동위원회가 노동쟁의조정 중지 결정을 내린 이달 1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벌여 파업을 결의했다. 이달 2일 간부파업을 시작으로 부분파업과 태업을 병행하다 17일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맞서 회사 쪽은 같은날 오후 조합원의 회사 출입을 금지하는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회사 쪽은 “비노조원들이 연장근무를 하며 노조원들의 자리를 메우고 있지만 노조의 파업과 직장폐쇄가 계속되면 방송 및 수리업무 차질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우동찬 노조 사무국장은 “2005년부터 흑자를 내고 있는데 회사가 설립된 2000년부터 고생한 정규직 직원을 내보내려는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회사 쪽 김기현 차장은 “디지털방송에 대비하기 위해 앞으로 3~4년 동안 해마다 70억~100억원을 투자해야 한다”며 “단기 흑자를 냈다고 해서 안일하게 있을 상황이 아니며 매각을 위해 몸집을 줄이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