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건물사이에 설치한 철사줄에 학생들이 여러가지 빛깔로 색칠한 우산과 한지로 만든 물고기 모형이 내걸려 있다. 사진 속의 인물은 강정숙 교사. 군산동고 제공
7개월 미술시간 전교생 손길
교정 ‘통째’ 수천점 설치미술
“예체능 교육 위기 알리고자”
교정 ‘통째’ 수천점 설치미술
“예체능 교육 위기 알리고자”
깊어가는 가을, 청명한 하늘 아래 전북 군산동고(교장 오성종)의 교정이 작은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
형형색색의 우산과 한지로 만든 물고기가 허공에 내걸려 이채로운 설치미술 전시장이 됐다. 색다른 이 광경은 3학년까지 포함한 전교생 740명이 참여해 만든 것이다.
학생들은 올 3월부터 7개월 가량 미술시간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 지난 18일 설치를 마쳤다. 학교 교사와 교사 사이를 연결한 철사줄에 내걸린 우산과 한지 물고기, 학생의 소망을 담아 매단 노란색 리본, 교목인 향나무 주변에 놓여있는 학생들의 얼굴을 석고로 뜬 데드마스크, 항아리 만한 크기의 도자기 등 7가지 부문에 수천여점이 진열돼 있다. 학교 쪽은 작품이 훼손되지 않으면 계속 전시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설치미술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웃음을 되찾았다. 미술시간을 영어와 수학 등 주요과목의 들러리로 생각했던 학생들의 인식도 바뀌었다. 박지훈(2년)군은 “미술시간이 즐겁고, 허공에서 하늘거리는 내 작품을 보면서 벅찬 성취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작업은 미술과목 강정숙(43) 교사의 집념으로 성사됐다. 동료 교사들도 무거운 장치를 설치할 때 도와주면서 함께 했다. 강 교사는 “우리나라 예체능교육이 이대로 가다간 설 땅이 없겠다는 위기의식에서 자발적인 학생 참여를 꾀 하려고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는 “입시위주에서 자유롭지 못한 고교 미술수업이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는 여건 때문에 획일화한 측면이 있다”며 “생활 속에서 미를 찾고, 아름다움을 보는 창의적 사고를 키우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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