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개입찰…‘32년 금고지기’ 대구은행에 농협 등 도전
예금액 3조5천억원을 웃도는 대구시청 금고를 유치하려는 금융기관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대구시가 올해 처음으로 공개입찰로 선정 방식을 바꿔 32년동안 시청 금고를 독식해온 대구은행에 농협이 도전장을 던졌다.
대구시는 “시청 금고를 맡을 금융기관들을 상대로 다음달 15일 제안서를 접수한 뒤 금고지정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11월말께 최종 결정하겠다”고 31일 밝혔다. 시는 지금까지 수의계약으로 금고를 선정했지만 행정자치부 지침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공개입찰을 한다. 심사때는 △금융기관의 신용도(10점) △재무구조 안정성(23점) △ 대출 및 예금 금리(18점) △지역주민 이용 편의성(20점) △금고 업무 관리능력(19점) △지역사회 기여도(10점) 등을 점수로 매겨 결정한다. 새로 선정되는 금융기관은 내년 1월부터 4년 동안 금고를 맡는다. 대구시청의 주거래 은행격인 금고는 연간 예산 3조5천억원을 예금하며 늘 예치돼 있는 평균잔액만 해도 5500억원을 넘는다.
1975년부터 32년동안 대구시 금고를 맡아온 대구은행이 다시 선정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아 보인다. 대구은행 공공금융부 박종익 부부장은 “대구시내 점포수나 공과금 자동수납기계 등이 많아 지역주민들이 이용하기 편리하다”고 말했다. 대구은행 쪽은 대구시와 업무 협조가 잘 돼고 지역사회 기여도가 높아 어렵지 않게 금고로 다시 지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은 “대구은행보다 금융기관 신용도와 재무구조가 훨씬 뛰어나다”며 30여년 독식해온 대구은행에 맞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신한은행 등에서도 공개입찰에 뛰어들 예정이다.
행정기관 금고 유치경쟁은 내년에도 여전히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농협이 맡고 있는 대구시교육청 금고(예금액 연간 1조5천억원, 평균잔액 1천억원)와 대구은행이 맡고 있는 대구시내 구청 7곳의 금고가 내년 말께 계약기간이 모두 끝나면 공개입찰을 하게 된다.
한편, 경북도는 공개경쟁을 통해 2008년부터 3년 동안 농협이 도청 금고를 맡도록 31일 결정했다. 경북도청 금고는 예금액 3조4천억원, 평균잔액 4800억원이며 농협이 1997년 이후 계속 맡아 왔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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