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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사람과풍경] 중국내 ‘충청마을’ 실행 설움 연극으로 달래다

등록 2007-11-01 22:09

충북대 국외봉사단과 영어 공부를 한 정암촌 아이들. 충북대 제공.
충북대 국외봉사단과 영어 공부를 한 정암촌 아이들. 충북대 제공.
일제치하 청주·보은 등 빈농 200여명 ‘사기 이주’
극단 늘품, ‘80년 한’ 담아 ‘…청주아리랑’ 4일까지
중국 지린성 투먼시 량수이진에는 ‘중국 속 충청도 마을’로 불리는 정암촌이 있다.

옌볜 조선족 자치주 안에 자리 잡은 정암촌은 150여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지만, 이 평화로운 마을은 한을 품고 있다.

1938년 청주·청원·보은·옥천 등지의 가난한 농민 80가구 200여명이 “만주에 가면 배불리 먹게 하고 땅까지 주겠다”는 일제의 꾐에 빠져 끌려간 뒤 지금은 중국인이 돼 돌아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암촌의 이야기가 연극 무대에 오른다.

청주 극단 늘품은 2~4일까지 문화공간 너름새에서 창작 연극 <잊혀진 귀향의 소리-정암촌의 청주 아리랑>을 공연한다. 60살 이상 노인은 무료로 볼 수 있다.

작가 천은영(30)씨가 대본을 쓰고 연출까지 맡았으며, 길창규(45)·홍순천(29)·김미희(27)·사서현(27)씨 등이 열연한다. 정암촌의 존재를 알린 뒤 정암촌민들의 국내 연수를 주선하는 등 정암촌을 돕고 있는 ‘정암회’도 도왔다.

시공을 넘나드는 연극은 우연으로 시작한다.

조선족 유학생 철민은 충북의 한 대학에서 만난 현이와 할아버지(충석)·할머니(설령) 얘기를 하다 둘의 사연이 녹록치 않음을 알게 된다.


38년 일제에 끌려 만주로 간 충석은 청주에 두고 온 연인 설령이 늘 짐이자 힘이었고, 설령은 떠나 보낸 충석이 60여년 이어온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독립운동까지 하다 끌려간 충석이나, 뱃속에 3개월 된 아이를 품고 집안의 가난까지 떠 맡은 설령이나 “곧 만나겠지”하는 믿음으로 살았다.

이국 땅에서, 전쟁 같은 삶 속에서 둘을 이어준 것은 “서방님 죽으면 좋다 했더니 잠자리 들 때마다 또 생각나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등의 노랫말로 된 ‘청주 아리랑’이었다. 극 내내 청주 아리랑 선율이 흐른다.

둘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아리랑을 흥얼거리며 서로를 그렸다.

손녀의 남자친구(철민)를 통해 사랑을 찾은 설령은 “비록 몸은 중국땅에 있었지만 언제나 마음만은 청주 아리랑을 부르며 고향 땅에 있었잖아요”라는 말을 남기고 이승을 떠난다.

팔순 노인이 된 충석은 유해로 만난 설령을 안고 “우리는 절대 잊으면 안 되는 겨”라고 가족과 관객들에게 읊조리며 흐느낀다.

천 작가는 “오늘 젊은 이의 눈으로 청주 아리랑을 타고 흐르는 한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문의(043)266-9903.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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