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천황봉’ 명칭 일제잔재 논란
속리산 ‘천황봉’ 명칭 일제잔재 논란
‘천황봉’이냐 ‘천왕봉’이냐. 충북 보은군 국립공원 속리산 최고봉인 천황봉(해발 1057m)의 이름이 바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천황봉’으로 불려 왔지만 환경단체 녹색연합이 2005년 2월 <바로 잡아야 할 우리 이름 보고서>에서 ‘천왕봉’이 맞는다고 주장한 데 이어 산림청도 지난 8월20일 충북도에 ‘지명정비’협조 공문을 보냈다. 녹색연합은 보고서에서 “일제 때 땅 이름을 바꾼 ‘창지개명’작업의 하나로 속리산 천왕봉을 일본 왕을 뜻하는 천황봉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또 “고지도 <팔도군현지도>, 법주사 소장 고지도 뿐 아니라 1911년 5월 일본육군참모본부가 만든 <한국지형도> 등에도 천왕봉으로 돼 있지만 1918년 일본총독부에서 만든 지도부터 천황봉으로 바꿨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다른 주장도 있다. <신산경표>를 쓴 박성태씨는 지난 8월17일 보은군에 “일제 때 지도를 보면 천황이 들어가는 산·봉우리는 속리산을 포함해 남한에만 9개가 나오는데 경남 산청 욕지도의 작은 산봉우리(76m)도 천황봉”이라며 “윤휴의 <백호전서> 24권 세심당기에 문장대와 천황봉을 뜻하는 ‘문장천황’이 나오는 등 다른 문헌도 있다”며 녹색연합의 주장에 맞섰다. 그는 “천황봉이 일제 잔재라는 주장은 터무니 없거나 잘 모르는 것”이라며 “1961년 고시돼 계속 써온 이름을 바꿔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보은군은 13일 향토사학자, 공무원 등 7명으로 이뤄진 ‘보은군 지명위원회’를 열어 ‘천황봉’논란을 토론할 참이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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