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2시께 울산경찰청 1층 여성화장실 안 장애인 칸의 대·소변기가 노란 테이프로 묶여 있었고 빈 공간엔 휴지 수건 등이 놓여 있었다. 김희영(울산 동구)씨 제공
9층건물 통틀어 장애인화장실 남녀 1개 불과
점자블록도 미흡…시민단체 “이정도일 줄이야”
점자블록도 미흡…시민단체 “이정도일 줄이야”
김아무개(34·여)씨는 지난 11일 오후 2시 울산 중구 성안동 울산경찰청 1층 중앙 복도 왼쪽에 붙은 여성 화장실에 들어갔다. 세면대에서 가까운 두 칸이 사용중이어서 무심코 마지막 세번째 칸을 열어봤다. 장애인 전용 칸이었다. 그러나 대·소변기는 노란색 테이프로 묶여 있었고 변기앞에는 화장지와 걸레, 합성세제 등 청소도구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김씨는 “장애인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얘길 많이 들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13일 오전 장애인 화장실 실태를 조사하러 홍정련 울산장애인성폭력상담센터장과 함께 울산경찰청을 다시 찾았다. 여자화장실 조사는 홍 센터장의 협조를 받았다. 1~9층 건물의 여자화장실엔 대·소변기 21개가 있었는데 장애인용은 1층에 1개만 있었다. 남자화장실엔 대변기 27개와 소변기 28개가 있었는데 장애인용은 역시 1층에 각각 1개씩 있었다. 공공청사의 경우 남녀 장애인용 대·소변기를 각 1개 이상씩만 설치하도록 규정된 현행 법률에는 어긋나지 않지만 수자가 너무 적다.
1층 남성화장실 안 장애인 대변기는 정상 이용이 가능했다. 여성화장실 안 장애인 칸엔 청소도구들은 없었지만 대·소변기는 여전히 노란 테이프로 묶여 있었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 이용을 하려면 테이프를 떼야 하는데 휠체어에 앉은 장애인이 혼자서 테이프를 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1층 여성화장실 바깥쪽엔 가슴에서 머리 높이의 나무로 된 출입문이 있었는데 손으로 밀면 열린 뒤 자동으로 닫히는 형태여서 휠체어 장애인이 손을 뻗치기가 어려울 뿐더러 자칫 머리를 다칠 수 있도 있다.
또 1층 중앙 출입문 앞에는 점자블록이 있었지만 10여m 떨어진 승강기까지 연결되지 않아서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장애인이 혼자서 승강기를 타기는 어려워 보였다. 또 점자블록에 노란색을 입히지 않아서 색을 보며 점자블록을 찾는 시력이 약한 장애인들의 불편이 예상됐다.
홍정련 센터장은 “2005년 민주노동당 장애인위원회 공공시설 편의시설 조사단에서 점자블록에 색깔을 입혀 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도 개선되지 않았다”며 “2004년 준공된 공공건물이 이 모양이니 다른 민간건물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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