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꼬학교 할머니들이 15일 충북 보은 속리초등학교 일일 교사로 나서 학생들에게 키질을 가르치고 있다. 삶결두레 아사달 글꼬학교 제공.
한글학교 할머니 40여명 속리초서 ‘공동체 수업’
생활풍습 강의·시범 ‘웃음꽃’…“설레서 밤잠설쳐”
생활풍습 강의·시범 ‘웃음꽃’…“설레서 밤잠설쳐”
‘까막 눈’할머니들이 강단에 섰다.
할머니 선생님들은 충북 보은의 문화복지모임인 삶결두레 ‘아사달’의 글꼬학교에서 한글을 익히고 있는 학생들이다. 이들은 15일 충북 보은군 속리산 자락의 속리초등학교 일일 교사로 나섰다.
60~70살 할머니들과 7~9살짜리 초등학교 1~3학년들의 첫 만남은 서먹서먹했지만 이내 웃음꽃이 피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할머니와 손자·손녀 그 자체였다. 수업 이름도 ‘웃음 꽃 피는 공동체 수업’이었다.
글 눈을 물꼬처럼 틔워 보자는 뜻의 글꼬학교에서 한글 등을 익히고 있는 할머니 학생 40여명이 일일교사로 나선 것은 “더 늦기 전에 아이들에게 우리 것을 나눠 주자”는 깊은 뜻에서다.
수업은 짜임새 있었다.
임재선(64)할머니는 “너희를 만날 생각에 마음에 밤잠도 설쳤다. 오늘 재미있게 공부하고 놀아보자”라고 또박또박 직접 쓴 편지를 읽었다.
공책 한 장에 눌러 쓴 편지를 떠듬떠듬 읽는 데 한 참이 걸리긴 했지만 학생들은 박수로 맞았다.
글꼬학교 회장인 구복순(64)할머니는 지게-화물차, 가마솥-전기밥솥, 물지게-수도, 군불-보일러, 도리깨-콤바인 등 ‘옛날과 현대의 생활 풍습 비교’ 수업을 했다. 구 할머니는 “손자 앞에서 말하는 것이라고 몇번 되새겼지만 난생 처음 강의에 가슴이 떨려 아침에 우황청심환을 먹고 왔다”며 “재미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순금(64)할머니 등은 머위로 제기를 만들어 아이들과 차고, 각시풀로 인형을 만들어 선물했다. 할머니들은 운동장에서 준비해 간 도리깨로 콩 타작을 했으며, 학생들과 콩깍지를 걸러내는 키질 시범도 보였다. 글을 읽고, 강의를 하는 데 진땀을 흘렸지만 도리깨질, 키질 등 손에 익은 일은 그야말로 ‘선수급’으로 해내 학생들의 탄성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2시간여 동안 땀을 흘리며 시간을 보낸 어린 학생들과 할머니 학생들은 손수 마련한 떡과 음식 등을 함께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글꼬학교 박주희(41)교사는 “글도 제대로 모른다며 자꾸만 위축되는 할머니들에게 힘을 주려고 학교를 찾아 일일 교사로 나섰는데 참 좋은 경험이 됐다”며 “교육청과 협의해 공동체 수업 기회를 늘려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삶결두레 아사달은 2000년 3월 글꼬학교 문을 열어 노인들에게 한글·수학·풍물·컴퓨터 등을 가르치고 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글꼬학교 회장인 구복순(64)할머니는 지게-화물차, 가마솥-전기밥솥, 물지게-수도, 군불-보일러, 도리깨-콤바인 등 ‘옛날과 현대의 생활 풍습 비교’ 수업을 했다. 구 할머니는 “손자 앞에서 말하는 것이라고 몇번 되새겼지만 난생 처음 강의에 가슴이 떨려 아침에 우황청심환을 먹고 왔다”며 “재미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순금(64)할머니 등은 머위로 제기를 만들어 아이들과 차고, 각시풀로 인형을 만들어 선물했다. 할머니들은 운동장에서 준비해 간 도리깨로 콩 타작을 했으며, 학생들과 콩깍지를 걸러내는 키질 시범도 보였다. 글을 읽고, 강의를 하는 데 진땀을 흘렸지만 도리깨질, 키질 등 손에 익은 일은 그야말로 ‘선수급’으로 해내 학생들의 탄성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2시간여 동안 땀을 흘리며 시간을 보낸 어린 학생들과 할머니 학생들은 손수 마련한 떡과 음식 등을 함께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글꼬학교 박주희(41)교사는 “글도 제대로 모른다며 자꾸만 위축되는 할머니들에게 힘을 주려고 학교를 찾아 일일 교사로 나섰는데 참 좋은 경험이 됐다”며 “교육청과 협의해 공동체 수업 기회를 늘려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삶결두레 아사달은 2000년 3월 글꼬학교 문을 열어 노인들에게 한글·수학·풍물·컴퓨터 등을 가르치고 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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