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제일중 1학년 3반 학생들이 22일 교실에서 만화와 소비자방송을 보며 미성년자에게 반강제로 판매한 어학교재 피해 예방법을 배우고 있다.
주1회 ‘소비자 권리’ 수입…첫 시범학교 선정 ‘국무총리상’
울산제일중 1학년 3반 학생 40여명이 22일 오전 2교시 수업 때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대형 만화 2컷을 보고 있었다. 이어 학생들은 한국소비자원(옛 소비자보호원)에서 만든 소비자방송을 보며 미리 나눠준 교육일지에 방송 내용과 느낌을 빼곡히 적었다. 이날 수업의 주제는 ‘소비자를 울리는 검은 유혹’. 미성년자한테 반강제로 어학교재를 파는 사례를 든 뒤 피해 방지 요령과 계약 취소 방법을 소개했다. 이 학교 1학년 500여명은 주마다 한차례 이런 소비자수업을 받는다. 정기적으로 수업을 받는 곳은 이 학교가 유일하다. 교실도 소비자수업의 분위기에 맞춰 꾸며 놓았다. 학급 게시판엔 소비자교육란을 만들고 학급문고엔 소비자 전문 잡지와 소비자원의 홍보책자로 가득하다. 식품보고서 쓰기대회, 폐품 이용 작품 만들기, 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대회, 안전하고 간단한 간식만들기, 알뜰장터, 환경사진전 등 다양한 체험활동으로 소비자권리도 몸에 익힌다. 갖가지 환경 관련 활동 및 캠페인과 분리 수거 등을 실천하며, 소비자 책무도 다진다. 광고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기 쉬운 방학에는 신문·잡지 등에 나오는 광고를 보고 좋은 것과 나쁜 것을 선정한 뒤 이유를 적도록 하고, 용돈을 쓴 가계부를 써서 개학 때 내도록 한다. 3월부터 시작한 소비자교육의 효과는 점차 나타나고 있다. 설문조사를 했더니 텔레비전과 인터넷 광고를 보고 상품을 구입한다는 비율은 27%에서 20%, 상품구입 때 가격보다는 유명상표를 중시하는 비율은 25%에서 20%, 계획적으로 용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50%에서 45%로 각각 낮아졌다. 공병순(14)군은 “학교에서 배운 대로 주인한테 소비자보호법을 설명해 불량학습도구를 바로 교환받은 적이 있고, 물건을 산 뒤 현금영수증을 받는 습관도 생기는 등 물건을 살 때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교육을 기획한 전정희(36) 교사는 “건강한 소비활동은 적절한 가격에 높은 품질의 재화를 구입하는 가장 효율적인 경제활동이자 뒤틀어진 상거래를 소비자가 바로 잡는 운동”이라며 “민주시민의 구실과 책임을 다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이 학교는 이런 노력으로 한국소비자원이 후원하는 전국 유일의 소비자교육 시범학교로 선정됐으며, 다음달 3일 ‘소비자의 날’을 맞아 전국 초·중·고교 가운데 유일하게 1등상인 국무총리상을 받는다. 울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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