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젖줄 무심천 돌다리를 건너는 학생들.
청주 명사 75명, 수필집 ‘내사랑 청주’에 추억담아
상당산성 축제·동아극장 인파 등 옛 풍경 오롯이
상당산성 축제·동아극장 인파 등 옛 풍경 오롯이
청주 사람들의 고향 사랑 이야기 <내 사랑 청주>(뒷목출판사)가 나왔다.
청주문화원이 1986년부터 해마다 발행하고 있는 잡지 <청주문화>에 실린 ‘고향을 그리는 수필’75편을 엮었다.
작가 한운사(84)·지연희(59)씨, 화가 이서지(73)·박영대(65)씨, 경제인 김은수(65)·경청호(54)씨, 축구인 최순호(45)·이운재(34)씨, 방송인 김병찬(44)·김성주(35)씨 등 청주에서 나거나 자라 곳곳에서 이름을 떨친 75명이 고향의 추억을 되새겼다. 이들의 추억 속에는 무심천·우암산 등 풍경과 아버지·친구·은사 등 사람이 망라돼 있다.
사진작가 김운기(69)씨가 흑백사진에 담은 청주 풍경과 함께 청주의 옛 기억이 오롯하게 묻어 난다.
영화감독 정지영(61)씨는 학창 시절 도둑질 고백이 재미있다.
어린 시절 동네 구멍가게에서 ‘딱총’을 훔쳐 악동 대열에 합류한 것부터, 중학교 영화광 시절엔 친구 아버지 서재의 전문서적을 헌책방에 넘겨 영화 <십계>를 보고 ‘도둑질하지 말라’는 십계명을 확인한 일, 고교시절 도서관 월간지를 찢어 지식을 채우던 일까지 나열했다.
정씨는 “나는 분명 도둑놈이었다”며 “지금도 우리가, 역사가, 사회가 감추거나 숨기고 있는 일을 훔쳐내 영화로 포장해 대중에게 팔아먹는 도둑놈”이라고 썼다.
노동부장관·국회의원 등을 지낸 남재희(73)씨는 무심천을 사이에 두고 고당(지금의 모충동)과 석교동이 벌인 쥐불놀이 싸움을 회상했다.
남씨는 “고당놈들 덤벼라”, “석교동놈들 덤벼라”하고 소리지르며 부지깽이나 목검 등으로 다투기는 했지만 신기하게도 싸움은 한 번도 없었다고 썼다.
황필호(70)강남대 명예교수는 “나의 고향은 맑은 고을이다”로 시작한 글에서 가난했던 시절 ‘찹싸알~떡’을 팔다가 같은 반 친구를 만나 창피한 마음에 떡을 놓고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달아났다가 떡을 모두 잃었던 일을 회상했다.
<만취당기>의 소설가 김문수(68)씨는 서울에서 네 시간이나 걸렸던 기차와 청주지역 예인들의 사랑방이었던 돌체다방을 글에 담았다.
방송인 손미나(35)씨는 고3 여름방학때 아버지와 함께 공부했던 추억과 <한국방송>청주방송총국의 어린이 아나운서로 선발됐던 기억을 더듬었다.
배우 박인환(62)씨는 <왕룽일가>,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등 농촌 배경 작품에서 내면의 연기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유년시절 고향 마을이었다며, 지금도 청주에서 맞는 아침은 늘 남주동 싸전·약전 골목의 국밥이라고 했다.
42년 동안 외교관 생활을 한 박노수(73)씨는 일본 도쿄에 있을 때 벚꽃묘목 6000그루를 정해식 충북지사에게 보내 무심천 변에 심은 일화를 공개했다.
청주문화원은 다음달 5일 송년의 밤을 열어 책을 공개한 뒤 참석자들에게 나눠 줄 참이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남씨는 “고당놈들 덤벼라”, “석교동놈들 덤벼라”하고 소리지르며 부지깽이나 목검 등으로 다투기는 했지만 신기하게도 싸움은 한 번도 없었다고 썼다.
청주 상당공원 자리에 있던 동아극장 앞에서 영화를 기다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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