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10대·여성 포함 407명 총살 규명
“국가 공식 사과및 유가족 지원방안 마련해야”
“국가 공식 사과및 유가족 지원방안 마련해야”
좌익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한국전쟁 때 국군과 경찰에 의해 집단으로 처형당한 민간인 명부가 확인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진실화해위)는 29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950년 3~4월 당시 울산경찰서가 작성한 보도연맹원 명부를 공개했다. 이 명부에는 당시 17개 읍·면 가운데 웅촌·농소·청량·삼남·범서·온양면과 방어진읍 등 7개 읍·면 보도연맹원 672명의 이름·생년월일·직업·학력·본적지·주소·과거 당부서·가맹연월일·동향 등이 자세히 적혀 있다.
진실화해위는 이 명부와 육군정보국 울산지구 방첩부대(CIC)가 작성한 처형자 명부, 유족 증언 등을 토대로 7개 읍·면 보도연맹원 240명을 포함해 407명이 1950년 8월 5~26일 온양면 운화리 대운산 골짜기와 청량면 삼정리 반정고개로 끌려가 1~212명씩 10여차례 걸쳐 집단 총살당한 사실을 밝혀냈다.
희생자 407명 가운데 389명(95.5%)은 20~40대 남성이었으며 10대(9명)와 여성(3명)도 있었다. 또 192명(47.2%)은 글을 몰랐으며, 일부는 좌익활동 경력이 있었지만 대다수는 좌익사상과 무관한 비무장 민간이었다. 방첩부대원들과 울산경찰서 사찰계 경찰들은 명확한 기준 없이 ‘보도연맹원들이 인민군한테 동조할 것’이라는 막연한 우려 속에 희생자들을 처형 대상자로 분류한 뒤 마구 학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실화해위는 보도연맹원 명부가 발견된 7개 읍·면을 뺀 나머지 10개 읍·면에서 명부가 발견되지 않은 점과 진실규명을 신청한 유족들과 참고인 진술 및 자료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울산의 보도연맹원이 모두 1561명이며, 이번에 확인된 407명을 포함해 적어도 870여명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했다.
김동춘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은 “그동안 보도연맹사건으로 학살된 민간인의 진상이 밝혀졌으나 보도연맹원 명부에 기초해 희생자를 확인한 것은 처음”이라며 “풍문으로 떠돌던 얘기가 자료로 확인된 만큼 국가의 공식 사과와 호적 정정 및 유가족 지원방안 등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연맹사건은 해방 전후 좌익활동 경력이 있는 이들을 교화한다는 목적으로 보도연맹에 가입하면 식량 등을 준다며 가입을 유도한 뒤 한국전쟁 중 국군 등이 집단 학살한 사건이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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