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조사반, 보도연맹 사건 등 ‘피해 실태 보고서’ 내
한국전쟁 앞 뒤로 충북 청원군지역에서 일어난 국민보도연맹원 사건 등 민간인 학살사건의 피해·가해자의 이야기를 담은 <청원군 한국전쟁기 민간인 피해자 실태 보고서>가 나왔다.
보고서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청원군 피해자 현황 조사반(반장 박만순·41)이 최근 펴냈다.
보고서에는 조사반이 청원지역 곳곳을 누비며 알아낸 학살 규모, 학살 유형, 피해·가해자의 증언, 학살 지도, 사진 자료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조사반은 보고서에서 “청원이 충북지역 최대 민간인 학살지였다”며 “청원에서는 1948년 지방 좌익에 의한 학살사건부터 한국전쟁기 보도연맹사건과 부역 혐의 사건 등 학살 사건이 잇따랐다”고 주장했다.
청원지역 보도연맹원 등 807명, 청주지역 보도연맹원 800명, 청주형무소 재소자 800명, 괴산·증평 보도연맹원 500명, 현도면 하석리 미군에 의한 학살 100명, 진천지역 보도연맹원 60명 등 3067명이 청원에서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학살은 청원군 남일면 분터골 1000명, 낭성면 옥녀봉 800명, 남일면 쌍수리 400명, 오창읍 오창창고 370명, 가덕 공원묘지 200명 등 28곳에서 벌어진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피해 유족 뿐 아니라 한국전쟁 때 6사단 헌병대 일등상사로 학살에 참여한 김만식(80)씨, 의용경찰로 학살 현장을 목격한 장기암(81)씨 등 가해자와 그 주변의 증언까지 담아 객관성을 더 하고 있다.
한국전쟁 때 청주경찰서 강서지서 주임 경사로 있으면서 보도연맹원 수백 명을 살린 ‘청원의 쉰들러’ 남정식(당시 35살)씨 이야기도 소개했다.
남 경사는 50년 7월8~9일 청주 등에서 끌려온 보도연맹원들을 몰래 귀가시켜 희생을 막았다. 청주 강서지역 주민 등은 1997년 남 경사의 공덕비를 세우는 것을 추진했지만 일부 보수 단체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박 반장은 “민간인 학살은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아픈 단면”이라며 “50여 년만에 말문을 연 가해자와 유족들의 용기있는 증언이 아직까지 묻혀 있는 진실을 찾는 데 큰 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남 경사는 50년 7월8~9일 청주 등에서 끌려온 보도연맹원들을 몰래 귀가시켜 희생을 막았다. 청주 강서지역 주민 등은 1997년 남 경사의 공덕비를 세우는 것을 추진했지만 일부 보수 단체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박 반장은 “민간인 학살은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아픈 단면”이라며 “50여 년만에 말문을 연 가해자와 유족들의 용기있는 증언이 아직까지 묻혀 있는 진실을 찾는 데 큰 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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