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노송동사무소 통한 익명 기부 8년째
전북 전주시에서는 8년째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이 이어지고 있다.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사무소에는 27일 오전 11시께 3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한 남자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이 남자는 “동사무소 지하주차장 들머리 화단에 가보세요”라는 말만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받은 김연구 행정민원계장이 화단에 가봤더니, 조그만 상자가 놓여 있었다. 상자 안에는 현금 2천만원과 돼지저금통이 있었다. 돼지저금통에는 동전 10원, 50원, 100원, 500원 짜리가 29만8100원이나 들어 있었다.
그는 지난해 이맘때에도 같은 자리에 쇼핑백안에 현금 800만원과 동전 51만3210원이 담긴 돼지저금통을 놓고 갔다. 메모지에는 “불우한 이웃에게 작은 정성을 나눌 수 있어 정말 기쁘고 행복하게 생각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가 남몰래 성금을 놓고 간 것은 2000년 이후 올해로 벌써 8년째이다. 성금액은 모두 5403만1천원 달한다. 첫해 4월 당시, 중노송2동 사무소를 찾은 천사는 민원대에 58만4천원을 놓고 사라졌다. 이듬해 12월에도 74만28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이 익명으로 동사무소에 전달됐다. 2002년에는 5월 어린이날과 12월에 두차례나 성금이 들어왔다.
박명희 동장은 “올해도 천사가 찾아올 지 궁금하던 차에 어김없이 성금을 두고 사라져 고마울 따름”이라며 “이 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해 불우이웃을 돕는 데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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