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구 성남동과 옥교동 ‘문화의 거리’
울산 ‘문화의 거리 9 점포 37곳에 200여점 전시
침체 상권 활력…대표 문화행사로 변신 기대
침체 상권 활력…대표 문화행사로 변신 기대
‘어. 점포에서 전시회가 열리네.’
울산 중구 성남동과 옥교동 ‘문화의 거리’를 지나던 행인들의 발길이 길가 점포 앞에서 멈췄다. 물품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점포 안에 놓인 그림과 조각품을 보기 위해서다. 김주열(26)씨는 “미술관에서 보던 그림을 거리의 점포 윈도우에서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참신하다”고 말했다.
울산의 미술인들이 거리로 나서 30일까지 문화의 거리 일대 점포 37곳에 작품을 내걸고 있다. 몇 개월 동안 비어 있는 점포 5곳도 포함됐다. 이들 점포에 전시된 작품은 모두 200여점으로 서양화 동양화 서예 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망라됐다. 한국미술협회 울산시지회 회원 73명이 2~3점씩을 낸 것이다. 미래의 회원인 울산대 미대생 6명은 비어 있는 점포를 작은 갤러리로 만들었다. 썰렁한 빈 점포는 손님들로 북적이고 학생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설명하면서 즉석사진도 찍어줬다.
점포 전시회는 침체된 상권을 되살려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이 지역은 1990년대 초반까지 울산의 중심상권이었으나 남구 삼산동과 달동에 새 시가지가 들어서면서 도심의 슬럼가로 전락했다. 점포 전시회를 가장 반기는 이들은 당연히 이 지역 상인들이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손님들이 작품들을 구경하면서 진열상품도 같이 보는 효과가 있다”며 “지역 미술인들이 어려운 상인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 같다”며 고마워했다.
이 거리를 서울 인사동처럼 만들자는 뜻도 담겨 있다. 비어 있는 점포에 액자집, 골동품가게, 화방 등 미술 관련 업종을 유치하고 작가들의 작업실을 이곳으로 옮기면, 영업중인 점포들도 계약기간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업종이 바뀌어 미술의 거리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울산시가 추진중인 시립미술관을 이전이 거론되고 있는 울산초등학교 터에 유치하려는 의도도 있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의 이름을 ‘미술관 가는 거리전’이라고 붙였다.
미술협회 심수구(56)씨는 “시립미술관이 울산초등학교 자리에 들어서면 근처의 문화의 거리를 인사동처럼 변모시키는 촉매 구실을 할 것”이라며 “미술 동호인 거리가 탄생하면 새로운 볼거리를 보려는 행인들이 늘고 상권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협회 울산시지회는 내년부터 전시회 횟수를 2~3차례로 늘리고 참여 작가와 점포도 더 늘려 점포 안은 물론 점포 밖 거리에도 작품을 전시하는 등 지역 대표 문화행사로 키워 나갈 계획이다.
글·사진/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