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 개발의지…15만 주민서명 “20년 규제 피해 커”
서울시 “문화적 정체성 보호” 완강…갈등 계속될 듯
서울시 “문화적 정체성 보호” 완강…갈등 계속될 듯
서울 4대문 안 건축물 높이 제한 90m를 완화하려는 중구의 구애가 계속되고 있다.
중구 주민대표 11명은 지난 27일 서울시청을 방문해 구민 등 15만6천여명이 서명한 ‘도심부 높이 제한 해제 요청서’를 전달했다. 김장환 관광특구명동상가변영회장은 이 자리에서 “도심 지역이라는 이유로 20여년 동안 건축물 고도 제한을 하는 바람에 구민들의 경제활동에 심각한 장애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움직임은 지난해 취임한 정동일 중구청장의 야심과도 맥이 닿아 있다. 정 구청장은 “고도 제한 때문에 도심 개발이 억제됐다”며 220층(960m)짜리 건물을 짓는 방안을 핵심 공약으로 내놓고 특유의 뚝심으로 계속 밀어붙였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 태도도 완강하다. 시는 지난 6월 ‘초고층 건축에 대비한 도시계획적 대응방안’을 내놓고, “내사산으로 둘러싸인 자연경관 및 600년 역사문화적 정체성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초고층 건축을 제한한다”며 사실상 중구의 계획을 무산시켰다. 문승국 도심활성화추진단장도 28일 “서울시의 방침에는 앞으로도 변화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전문가들의 입장은 조금씩 엇갈린다. 여영호 고려대 교수(건축학)은 “도심 대부분의 건축물이 문화재적인 가치가 있는 유럽의 도시와 서울은 다르다”며 “고궁 등 주요 건축물을 제외하고는 다른 도심 지역에는 고층 건물을 지어서 지상에 많은 여유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오히려 도시 미관에 좋다”고 말했다. 반면 이재준 협성대 교수(도시공학)는 “4대문 안 전체 공간이 문화재적인 가치를 지닌 것으로 파악해야 하며, 이 지역 문화재의 조망과 경관을 고려해서 고층 건물의 건축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미국 도시는 도심지가 대부분 업무 중심지이기 때문에 고층건물이 들어선 반면, 런던이나 파리 같은 유럽 도시의 중심지는 역사성이 강해서 높은 건물이 주로 도시 외곽 부심에 자리잡고 있다.
현재 서울 4대문 안에서는 고궁 등 문화유적과의 거리 등 변수에 따라 건축물 높이가 30~90m로 제한되어 있으며, 건물 주변에 도로나 공원 등 기반시설을 설치하는 등의 공헌을 한 경우에 완화된 건물 높이 규제를 받게 된다. 4대문 안에서 제일 높은 빌딩은 동대문에 위치한 두타 건물(34층·156.1)이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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