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근리사건 현장에서 해마다 7월26일께 합동 위령제가 열린다. 진혼무로 억울하게 숨진 넋을 위로하고 있다.영동/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수백명 피해·증언 담은 691쪽 ‘슬픈 역사’
한국전쟁 최대 민간인 학살 사건으로 꼽히는 충북 영동 노근리사건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자료집 <노근리사건 자료모음>이 나왔다.
영동군 노곤히 대책지원담당관실이 펴낸 자료집에는 노근리사건 일반 현황, 유족·생존자의 증언, 문서·사진 등 관련 자료, 언론 보도 기사 등 아픈 기억이 691쪽에 걸쳐 담겨있다.
자료집은 노근리사건을 가감 없이 재연하고 있다.
전쟁 초기인 1950년 7월25일 해질녘 영동읍 주곡·임계리 주민 500~600명은 “대구·부산쪽으로 피란시켜주겠다”는 미군을 따라 나섰다가 황간면 경부선 철도 쌍굴다리에 이르러 “피란민 안에 북한군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며 미군 전투기 등의 무차별 사격을 받고, 3일 동안 주민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총격으로 아들과 딸을 잃고 자신도 옆구리를 다친 박선용(83)씨는 자료집에서 “울면서 미군에게 살려달라고 했지만 ‘우리가 대전에서 많이 당했다. 다 죽이라는 명령이 있었다’며 총격을 멈추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자료집은 2005년까지 피해자 신고·심사 결과 사망 150명, 행방불명 13명, 후유 장애 55명 등 218명이 피해자로 인정됐다고 적고 있으며, 유족회 정은용(85)회장 등의 눈물겨운 진상규명 노력 등도 담았다.
99년 9월30일 노근리사건이 미국 정부의 공식문서를 근거로 “피란민을 적으로 간주하라. 그들 모두를 죽여라”라는 명령에서 시작됐음을 전 세계에 알린 <에이피>통신 등 언론 보도들도 자료집에 넣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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