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고령군 개진면 낙동강 둔치에 20여일 전부터 독수리떼가 찾아와 겨울을 나고 있다. 고령군청 제공
3년전부터 찾아와…마리수 크게 증가
밀렵단속 계획 등 보호방안 마련키로
밀렵단속 계획 등 보호방안 마련키로
경북 고령군 개진면 낙동강 둔치에 겨울을 나려는 독수리들이 찾아들고 있다. 강원도 철원군 등지에서 월동해온 독수리가 대구 인근 고령까지 내려오기는 매우 드문 일이다. 고령군은 10일 “고령군 박석진교∼고령군 개진면 구곡리 앞 4㎞에 걸친 낙동강 둔치가 새로운 독수리 월동지로 부각된다고 보고 보호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곳에는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30∼40여 마리의 독수리가 찾아와 겨울을 나고 있다. 고령에는 3년전부터 독수리가 찾아왔지만 올해에는 마리수가 크게 늘어났다.
독수리 보호 방안을 마련중인 고령군은 먼저 독극물 미끼나 밀렵 단속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 날씨가 매우 춥거나 눈이 많이 와서 독수리가 생존 위협을 느낄 때를 대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고령군 곽삼용 문화재담당은 “먹이를 주거나 독수리가 야성을 잃을 수도 있는 인위적인 보호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개체수가 많이 늘어나 조류 인풀루엔자(AI)가 번질 가능성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연기념물 243호로 지정돼 있는 독수리는 중국 북부와 몽고, 시베리아 등지에서 살다가 해마다 10월이면 한반도로 남하해 겨울을 난 뒤 이듬해 2∼3월 북쪽으로 날아간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강원도 철원군 등 휴선전 일대에서 월동을 했지만 7∼8년전부터 남쪽으로 내려와 경남 고성에서 겨울을 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조류 전문가인 경북대 박희천 교수는 “고령 개진면은 고성에서 겨울을 난 독수리가 북쪽으로 날아가는 이동 경로에 포함된다”며 “돼지 농가의 부산물이나 퇴비 등 먹을거리가 풍부해 독수리가 3년전부터 찾아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대구를 상징하는 새인 독수리가 대구와 맞닿은 고령에서 월동하는 건 반가운 일이라”며 “고령군과 대구시가 힘을 모아 독수리를 보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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