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사람과풍경] 오색·천연 한과에 여대생도 ‘껌뻑’한다우

등록 2008-01-17 18:13

  • 가 가 가 가 가
16일 광주시 동구 동명동 전통 다과점 ‘다담’ 주인 강덕순씨가 약초를 조청에 졸여 전과를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16일 광주시 동구 동명동 전통 다과점 ‘다담’ 주인 강덕순씨가 약초를 조청에 졸여 전과를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광주서 현대식 전통 다과점 운영하는 강덕순씨
“정서를 나누는 음식” 연구소 차려 ‘손맛’ 전수도
내부가 단순하면서도 깔끔했다. 하얀색 벽과 대리석 바닥, 나무 탁자와 솟대가 잘 어울렸다. 다기 탑과 구리 장식 등 오밀조밀한 소품이 눈길을 끌었다. 16일 오후 광주시 동구 동명동 ‘다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의외로 젊은층 손님들이 많았다. 20~40대의 손님들이 다과와 떡, 차를 나누며 담소를 즐기는 모습이 정겨웠다. 정수정(22·대학생)씨는 “소품이 예쁘고 분위기가 차분해서 자주 온다”며 “원래 떡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 집 떡과 과자가 맛있다”고 말했다.

전통 다과점 강덕순(52·나주대 겸임교수) 원장은 전남 구례 간전 고향에서 새벽마다 화로에서 찻물이 보글보글 끓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 광양에서 시집 온 할머니는 항상 차를 약으로 드셨다. 강 원장의 할머니는 연뿌리나 도라지, 섬모초, 호박을 말린 것을 조청을 고고 난 무쇠솥에 버물려 맛있는 다과를 만들어 주셨다. 강 원장은 “항상 차와 한과를 먹고 자랐다”며 “전통 다과가 빵 등 인스턴트 식품에 밀려 사라졌던 것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강 원장도 한과나 호박죽을 손수 만들어 아이들에게 먹였다. 1987년 남편 이춘상(56)씨의 직장을 따라 서울에서 광주로 오면서 고추장·된장과 부각을 만들어 판매했다. 결혼식 이바지 음식과 폐백 음식도 인기였다. 강 원장은 언젠가 전통주를 빚다가 술맛이 온도와 물에 따라 달라지는 이유가 궁금했다. 전통음식의 과학적 근거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1999년 나주대 식품과학과에 입학했다. 학교에 다니면서 현장 경험과 식품과학 이론과 접목해 현대적인 맛을 창조했다. 강 원장은 한과에 녹차와 뽕가루 등 기능성 식품을 넣어 만든 다과로 문광부 장관상과 농림부 장관상을 받았다.

강 원장은 2005년 1월 옛 전남도청과 멀지 않은 장동 로터리 부근에 다과점을 열었다. 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서면 광주를 찾을 외국인들에게 우리 후식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주인은 한복을 입고, 손님은 앉아서 차를 마시는 ‘좌식’의 전통찻집 이미지부터 깼다. 현대적 인테리어 공간에 전통이 밴 물건들을 놓았다. 강 원장은 “전통을 지켜가되, 젊은층의 정서에 맞추고 싶었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대학원에서 전통음식을 공부하는 큰딸 이지혜씨의 감각과 나무 젖가락을 앙증맞게 깎을 정도로 손재주가 좋은 남편의 아이디어가 큰 도움이 됐다.

다행히 떡과 다과가 젊은층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꾸지뽕 양갱’ ‘호두정과’ ‘쑥개떡’ ‘노랑콩 다식’ 등 이름도 생소한 전통 다과가 20여 종에 달한다. ‘단호박 설기’, ‘대추약편’, ‘녹두찰편’, ‘흑임자찰편’ 등 떡도 15가지 정도다. 강 원장은 우리 쌀과 천연재료만을 고집한다. 여름에는 팥빙수가, 겨울엔 말차와 우유에 녹차를 넣은 ‘녹차라떼’가 인기다. 5년 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강 원장의 개인 발표회에 들렀던 전국의 차 명인들이 입소문을 내 전국에서 주문이 들어온다. 나주대와 호남대에서 강의를 하는 강 원장은 다담 옆에 연구소를 차려 교육생들에게 할머니의 손맛을 전수하고 있다. 그는 “다과에 의미와 감성을 부여하면 상대방과 교감할 수 있다”며 “전국 유일의 전통 다과점을 운영한다는 생각에 행복하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