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충남지사 “주민한테 보상금 양도계약서 받으라 요구”
주민 불편 등 현실따라 23일 번복…입금 한달 만에 시·군 손에
주민 불편 등 현실따라 23일 번복…입금 한달 만에 시·군 손에
“‘누구에게, 어떻게’도 문제지만 채권 양도·양수계약서를 피해주민으로부터 받으라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이완구 충남지사는 23일 충남 태안 유류유출사고 피해주민에 대한 긴급생계자금 지원이 되지 않은 이유를 이같이 밝히며 “책임은 해양수산부”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정부가 긴급생계비 지원을 밝힌 것은 지난달 16일이고 실제 충남도 회계에 입금된 것은 지난달 28일이었다”며 “주말·휴일 등으로 처리하지 못하다 해가 바뀌어 1월2일 지원금을 이월한 뒤 교부 지침을 요구했더니 회신 공문에서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 펀드)이 보상금에서 생계지원금을 제외할 가능성이 있으니 대위권 행사를 위해 채권양도 양수계약서를 받으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차례 채권양도·양수계약서 받는 데 대한 혼란 등 문제들을 들어 ‘긴급생계자금은 어려움에 처한 피해주민을 돕는 차원에서 운영돼야 한다’고 건의했으나 같은 답변으로 일관하다 오늘(23일)에야 구두로 ‘충남도 현실에 따라 처리하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생계비는 위로금 성격인데도 6개 피해 시·군이 이를 못 받거나 조금 받으면 앞으로 보상을 받을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잘못 알고 있어 배분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라며 “긴급생계비는 피해를 입은 해안선의 길이 및 어민 수, 어선수 등 기준에 따라 피해 집중지역에 비중을 둬 지급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고를 낸 삼성중공업의 사과와 관련해 “수사 등 여러 가지 상황을 파악해 합당한 조처를 하겠다는 것은 틀리지 않지만 현지 정서상 가해자 입장에서 도의적으로 정중히 사과했어야 했다”며 “법적 문제는 나중에 따지고 지역경제를 어떻게 살릴 것이며, 생태복원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에 대한 종합적이고 성의있는 대책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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