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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새벽 1시, 개불잡이는 시작된다

등록 2008-01-24 19:02수정 2008-01-24 21:16

개불잡이 불야성 / 한겨울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24일 전남 강진군 신전면 사초리 복섬 해안가에서 수많은 어민들이 허리춤까지 차오른 물 속에서 추위를 잊은 채 개불잡이에 여념이 없다. 
연합뉴스
개불잡이 불야성 / 한겨울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24일 전남 강진군 신전면 사초리 복섬 해안가에서 수많은 어민들이 허리춤까지 차오른 물 속에서 추위를 잊은 채 개불잡이에 여념이 없다. 연합뉴스
강진 신전면 썰물 시각 노려…“추위 잊은 채 잡다보면 동 터”
남해안 청정해역인 전남 강진군 신전면 사초리 해안에서 ‘겨울 진미’인 개불잡이가 한창이다.

24일 새벽 주민 200여명은 마을에서 배로 5분 거리인 복섬 주변에서 쫄깃하고 부드러운 해산물 개불을 채취하느라 온몸을 휘감아도는 매서운 북풍에도 아랑곳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문재열(50) 어촌계장은 “개불이 밀물 때면 물에 잠기고 썰물 때면 개펄이 드러나는 조간대에 살기 때문에 물 빠짐이 가장 좋은 시간을 고르다 보면 작업이 까다로운 새벽녘조차 피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칠흑같은 밤바다를 누비며 작업을 하는 탓에 주민 모두 두터운 비닐옷을 껴입은데다 머리나 가슴에는 손전등을 달고 등 뒤에는 배터리를 담은 가방까지 매야해 작업풍경은 이채롭기만 하다.

어민 김아무개(54)씨는 “바닷물이 다 빠지기를 기다릴 수 없어 수심이 허리춤에 이르러도 물 속에 달려든다”며 “한기를 느낄 겨를도 없이 서둘러 개불을 잡다보면 부옇게 동이 터온다”고 설명했다. 바닷물에 뛰어든 이들은 두 사람씩 조를 지어 한 사람이 다리가 네댓개 달린 쇠스랑으로 개펄 속을 헤집으면, 다른 이는 뜰채 모양의 그물로 개불을 잡아들이는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갔다. 힘이 부치는 노약자층은 한참 뒤 물이 빠진 개펄에서 구멍을 찾아 호미로 개불을 잡았다. 세시간 작업 끝에 솜씨 빠른 조는 개불 4천여마리를 잡기도 했다. 한 마리당 1천원이니 한 나절에 400만원을 건진 셈이다.

개불은 10여년 전 복섬 주변의 간척사업으로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으나 하나둘 다시 나타나더니 3년 전부터는 채취를 할 만큼 양이 늘었다. 어촌계는 ‘개불의 귀향’을 반기며 작은 것은 놓아주고 휴식년도 설정하는 등 보호에도 공을 들여왔다.

11월~2월이 제철인 개불은 오독오독한 맛과 갯내음이 밴 향 덕분에 안줏감으로 인기가 높다. 길이 10~15cm, 지름 3~5cm로 단백질이 풍부하고 혈전을 녹이는 성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름은 개의 불알같다는 생김새에서 나왔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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