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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반환 미군기지 개발 ‘주민 목소리’ 실종

등록 2008-01-24 21:06

이전비용 마련 위해 민간투자 유치 대부분
‘기지촌’ 여성·주민 소외…사업계획 일방 추진
주한미군 반환 공여구역에 포함된 경기 의정부시 송산동 캠프 스탠리 주변 기지촌은 흔히 ‘뺏뻘’로 불린다. 50여년 전에 미군기지 조성과 함께 들어선 이곳 12·13통에는 현재 200여가구가 산다. 미군이 상당수 떠나면서 동네는 예전의 활력을 잃었지만 기지반환 소식에 주변 땅값은 7배 이상 급등했다. 그러자 지주들이 이곳 주민들을 상대로 건물 철거소송을 냈다. 땅을 빌려 건물을 짓고 살던 주민 144가구가 졸지에 쫒겨날 처지가 됐다. 그리고 1년여에 걸친 법정투쟁 끝에 지난해 10월29일 의정부지원에서 ‘가옥에 대한 매도대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철거할 수 없다’는 조정결정을 받아 한숨을 돌렸다. 송산1동 주민대책위원회 정연호 대표는 “기지를 반환받는다고 주변 주민들을 마구 내쫓고 개발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반환 공여구역의 개발 청사진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수십년간 피해를 보며 살아온 주민들의 목소리는 실종됐다.

기지촌 여성들을 지원해온 두레방은 지난 23일 의정부 송산1동 주민자치센터에서 ‘기지 전환지역 피해자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에서 두레방 박수미 활동가는 “기지 전환 과정에서 개발사업들이 주류를 이루다보니 정작 기지촌 지역에서 생계를 해결해온 여성들이나 현지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과정이 현재는 전무한 채 관 또는 민간업체 주도로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기도는 최근 1단계로 파주 79건의 반환 공여지 및 주변 개발 사업을 확정했다. 그리고 올해 2단계로 각 자치단체들의 개발계획을 반영해 반환 공여지에 대한 본격적인 개발사업들을 확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사업의 대부분은 민자유치 사업이다. 사업자가 사업 타당성을 검토해 사업계획을 제출하면 경기도와 행자부가 사업계획을 확정한다. 이 과정에서 주민 의견 수렴이라는 공청회절차가 있지만 공공 또는 민간기관이 사업을 확정한 뒤 이뤄지는 사후 의견 수렴일 뿐이다.

공원과 도로 등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공공개발사업도 예외는 아니다. 녹색사회연구소 김경화 사무국장은 “지난 1993년 미국 등 연합국의 군기지를 반환받은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경우 2000가구 5000명의 주민들을 위한 보봉 생태주거단지를 조성했다”며 “이 과정에서 시는 시민자치모임인 ‘포럼 보봉’을 만들어 상호 협력 및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내 성공적인 기지 전환을 이뤄낸 사례를 우리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국방부가 반환 미군공여지를 팔아서 평택 미군기지 이전 비용을 마련하려다 보니 대부분의 땅을 민간투자 유치 사업으로 정할 수 밖에 없고, 자치단체장들은 짧은 재임 기간 중에 가시적인 성과를 중시하기 때문에 개발 위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주민들 의견을 반영해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우리의 실정으로는 어렵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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