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역 구두미화원 모임 일송회 반병철 회장이 24일 오후 청주시 개신동 구둣방에서 구두를 손질하고 있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28년간 이웃 돕는 구두닦이들 ‘일송회’
30~60대 50명 ‘한뜻’…성금모아 식료품 직접 전달
‘난치병 아이 돕기’ 행사도…반 회장 “도움 갚는 것” 충북 청주에는 구두 닦는 이들의 모임 일송회가 있다. 1980년 11월 “늘 푸른 소나무처럼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고, 때로 남을 돕자”는 뜻으로 출발했다. 청주지역 곳곳에서 일하던 ‘구두닦이’ 20여명이 꾸린 모임은 28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반병철(51)회장 등 30대 초반에서 60대 중반의 회원 50명이 활동하고 있다. 정회원이 33명, 준회원이 17명이다. 정회원은 한 평 남짓하지만 자신만의 구둣방을 가지고 구두를 닦는 이들이지만 ‘찍새’라는 은어가 익숙한 준회원은 5년 동안 열심히 일해 회원들의 인정을 받아야 정회원이 될 수 있다. 5년을 버텨 구둣방을 갖고, 정회원이 되는 이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모임은 회원들이 수시로 만나 안부를 묻고 웃음과 울음을 나누는 터전이기도 하지만 봉사의 출발점이다. 반 회장은 “모임을 꾸릴 때부터 회원 사이의 친목은 물론 봉사활동을 하자고 뜻을 모았다”며 “모두 어렵게 자란 만큼 더 어려운 이들을 돕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다달이 모은 성금과 십시일반으로 낸 정성으로 쌀, 연탄, 라면, 고구마 등을 사 어렵게 사는 이들에게 전달했다. 비상 연락을 받은 회원이 총 출동해 평소 봐 둔 어려운 이웃 13가정의 부엌에 차곡차곡 쌓아 줬다. 반 회장은 “연말연시라고 해서 행사하듯 불쑥 내미는 것이 왠지 멋쩍어 소리없이 물품을 내려 놓고 온다”며 “도움을 받아 본 이들이기에 받는 이들의 쑥스러움을 이해한 행동”이라고 했다. 어려운 이웃의 그림자처럼 소리없이 실천하는 이들이지만 한 해에 하루는 세상에 나온다. 94년부터 백혈병·심장병 등 난치병을 앓는 어린이 돕기를 위해 모든 회원들이 ‘일일 구두닦기’행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 4월26에는 거구성빈혈 등 복합 장애를 지닌 김아무개(11)양을 도우려고 모든 회원들이 청주 번화가인 성안길에 모여 구두를 닦아 하루 수입 314만여원을 전달했다. 올해도 4~5월께 행사를 열 참이다. 반 회장은 “어렵게 살아왔고, 지금도 빠듯한 생활이지만 마음만은 넉넉하고 착한 회원들”이라며 “추운 거리 한 쪽에서 구두를 닦지만, 어두운 세상을 빛나게 하고 싶은 꿈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난치병 아이 돕기’ 행사도…반 회장 “도움 갚는 것” 충북 청주에는 구두 닦는 이들의 모임 일송회가 있다. 1980년 11월 “늘 푸른 소나무처럼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고, 때로 남을 돕자”는 뜻으로 출발했다. 청주지역 곳곳에서 일하던 ‘구두닦이’ 20여명이 꾸린 모임은 28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반병철(51)회장 등 30대 초반에서 60대 중반의 회원 50명이 활동하고 있다. 정회원이 33명, 준회원이 17명이다. 정회원은 한 평 남짓하지만 자신만의 구둣방을 가지고 구두를 닦는 이들이지만 ‘찍새’라는 은어가 익숙한 준회원은 5년 동안 열심히 일해 회원들의 인정을 받아야 정회원이 될 수 있다. 5년을 버텨 구둣방을 갖고, 정회원이 되는 이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모임은 회원들이 수시로 만나 안부를 묻고 웃음과 울음을 나누는 터전이기도 하지만 봉사의 출발점이다. 반 회장은 “모임을 꾸릴 때부터 회원 사이의 친목은 물론 봉사활동을 하자고 뜻을 모았다”며 “모두 어렵게 자란 만큼 더 어려운 이들을 돕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다달이 모은 성금과 십시일반으로 낸 정성으로 쌀, 연탄, 라면, 고구마 등을 사 어렵게 사는 이들에게 전달했다. 비상 연락을 받은 회원이 총 출동해 평소 봐 둔 어려운 이웃 13가정의 부엌에 차곡차곡 쌓아 줬다. 반 회장은 “연말연시라고 해서 행사하듯 불쑥 내미는 것이 왠지 멋쩍어 소리없이 물품을 내려 놓고 온다”며 “도움을 받아 본 이들이기에 받는 이들의 쑥스러움을 이해한 행동”이라고 했다. 어려운 이웃의 그림자처럼 소리없이 실천하는 이들이지만 한 해에 하루는 세상에 나온다. 94년부터 백혈병·심장병 등 난치병을 앓는 어린이 돕기를 위해 모든 회원들이 ‘일일 구두닦기’행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 4월26에는 거구성빈혈 등 복합 장애를 지닌 김아무개(11)양을 도우려고 모든 회원들이 청주 번화가인 성안길에 모여 구두를 닦아 하루 수입 314만여원을 전달했다. 올해도 4~5월께 행사를 열 참이다. 반 회장은 “어렵게 살아왔고, 지금도 빠듯한 생활이지만 마음만은 넉넉하고 착한 회원들”이라며 “추운 거리 한 쪽에서 구두를 닦지만, 어두운 세상을 빛나게 하고 싶은 꿈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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