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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진·예슬아, 오늘 학교 가야해. 빨리 돌아와”

등록 2008-01-31 22:19수정 2008-02-01 09:31

31일 개학을 한 경기도 안양시 명학초등학교에서 지난달 실종된 우예슬양의 반친구가 예슬양이 빨리 돌아오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담긴 엽서를 쓰고 있다. 안양/연합뉴스
31일 개학을 한 경기도 안양시 명학초등학교에서 지난달 실종된 우예슬양의 반친구가 예슬양이 빨리 돌아오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담긴 엽서를 쓰고 있다. 안양/연합뉴스
안양 실종 어린이 학교 개학
빈자리에 ‘무사귀환’ 엽서 수북
31일 오전 8시20분께 경기 안양시 명학초등학교. 40여일 동안의 겨울방학을 끝낸 어린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들면서 학교는 긴 겨울잠에서 께어난 듯 활기가 넘쳤다. 반가운 친구들을 만난 어린이들의 재잘거림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졌고 제 주인을 만난 교실마다 이야기 꽃이 피어났다.

31일 개학을 맞은 경기도 안양 명학초등학교에서 실종된 이혜진양의 빈자리에 친구들이 전달한 엽서만 쌓여있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안양/연합뉴스
31일 개학을 맞은 경기도 안양 명학초등학교에서 실종된 이혜진양의 빈자리에 친구들이 전달한 엽서만 쌓여있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안양/연합뉴스
그러나 오전 9시 개학식이 시작되면서 분위기는 사뭇 다르게 변했다. 이윤형 교장이 “여러분과 함께 오늘 학교에 와야 할 친구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아 우리들 마음을 아프게 한다”고 말하면서 학교는 다시 방학을 맞은 듯 정적이 흘렀다.

지난 해 12월25일 집 근처 놀이터에서 사라진 이 학교 이혜진(10)·우예슬(8)양이 다니던 4학년 4반과 2학년 3반 교실의 분위기는 더욱 무거웠다. 예슬이 교실에선 담임 김기욱 교사는 학생들에게 “노란 엽서는 보고 싶은 사람이 빨리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뜻하는 거예요”라며 엽서를 나눠줬다. 예슬이 단짝인 유지은(8)양은 “예슬아 이 추위에 어디 있는 거니. 빨리 돌아와”라고 적었다. 또 예슬이 짝궁인 김기승(8)군은 “예슬아 오늘 학교 가야 해. 빨리 돌아와”라고 엽서를 꼼꼼히 채워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일부 어린이들은 엽서를 쓰는 동안 주인 잃은 책상을 바라보며 연방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고사리손으로 정성스레 쓴 엽서는 이날 누구도 설명하지 못하는 ‘결석 아닌 결석’을 한 혜진이와 예슬이의 빈 책상에 수북히 쌓였다. 명학초등학교 교문과 나뭇가지에는 이날도 사라진 두 어린이의 무사귀환을 비는 문구가 적힌 엽서와 노란리본이 빽빽하게 내걸렸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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