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실(74·전주시 중노송동)씨
실종 20일만에 숨진채 발견…40년 봉사 ‘안타까움’
전북 전주시 전동에 위치한 풍남문(보물 308호)을 감시하는 ‘풍남문 지킴이’로 알려진 정종실(74·전주시 중노송동)씨가 실종된 지 20일 만인 지난 10일 숨진 채로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정씨는 지난달 21일 지인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나서 사라진 뒤, 국보 1호 숭례문이 화마로 인해 무너져 내리던 날 발견됐다.
정씨는 지난 40여년 동안 거의 매일같이 풍남문으로 출근해 주변의 쓰레기를 줍고 부대 시설물을 점검하는 등 풍남문을 내몸처럼 돌봐왔다. 이런 자발적인 노력으로 1966년 전주시민의장 근로장을 받았고, 80년대 초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10년 가량을 전주시 소속 일용직으로서 풍남문 감시원 구실을 했다고 전해진다.
풍남문 주변 남부시장의 상인 최아무개(60)씨는 “풍남문을 지키는 할아버지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풍남문 주변을 깨끗이 하기로 유명했다”며 “추운 겨울날 할아버지가 이렇게 돌아가셔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씨의 선행은 단순히 문화재 보호에 그치지 않았다. 2004년에는 폐품 수집을 통해 모은 돈 10만원을 대학발전에 써달라며 전북대에 기탁했고, 장애인아동이 다니는 전주선화학교에도 도움의 손길을 주었다. 연말이 되면 불우이웃성금을 내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고 한다.
‘시민의장 수상자 모임’의 재무를 맡고 있는 김남규씨는 “지난달 21일 수상자 모임때 정 할아버지가 ‘집에가서 풀어보라’며 봉투를 줘 나중에 확인해보니 현금 3만원이 들어 있었다”며 “6년 전 그의 아내가 숨졌을때 문상을 갔었는데 그게 고마워서 줬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아들 현철(45)씨는 “새벽밥 드시고 풍남문을 향하던 아버지의 뒷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꼭 살아계실 줄 알았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지난 10일 오후 5시42분께 전주시청 근처 ㅎ음식점 직원 김아무개(38)씨가 이 건물 지하 1층에 숨져있는 정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 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텔레비전 설치 문제로 케이블을 찾기 위해 지하 1층으로 내려갔는데 사람이 숨져 있어 신고했다”고 말했다.
전주완산경찰서는 기억력이 쇠퇴한 정씨가 외상이 전혀 없이 저체온증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부검 결과 드러났다고 밝혔다. 장례식은 12일 오후 전주 코아백화점뒤 뉴타운예식장에서 열렸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전주완산경찰서는 기억력이 쇠퇴한 정씨가 외상이 전혀 없이 저체온증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부검 결과 드러났다고 밝혔다. 장례식은 12일 오후 전주 코아백화점뒤 뉴타운예식장에서 열렸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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