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청 앞 멘디니 작품
광주시청 앞 멘디니 작품
‘기원’ 유지·교체비만 1억2천만원
시, 처리방식 설문…철거쪽 ‘무게’
‘기원’ 유지·교체비만 1억2천만원
시, 처리방식 설문…철거쪽 ‘무게’
광주시청 광장에 설치된 7억5천만원 짜리 디자인 작품이 설치 2년 만에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광주시는 19일 서구 치평동 청사건물 앞 광장에 설치된 이탈리아 디자이너 멘디니의 작품 ‘기원’이 계절마다 컵모양의 천조각을 교환해야 하는데다 센바람에 훼손되는 사례가 잦아 관리방안을 두고 고심중이라고 밝혔다.
높이 16m 지름 10m 규모인 이 작품은 2005년 10월 제1회 디자인비엔날레 개최를 기념하려고 7억5천만원을 들여 세워졌다. 수직형 철제 막대 7곳에 막대마다 3개씩 원통형 천조각 21개를 드리운 가변형 조형물이다. 천조각의 색깔을 계절에 맞게 바꾸는 설계여서 석달마다 천을 바꿔야 하고, 태풍·대설 등 악천후 때 일시적으로 벗겨내거나 훼손 뒤 보수하는데 일손이 많이 들었다.
이 때문에 시는 이달 말까지 전문가·일반인 500여명을 대상으로 이 작품의 처리방안을 두고 설문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설문은 △상징성·작품성을 고려해 현재 상태 유지 △예산절감 위해 외피를 2조만 제작 △다른 공공 장소로 이전 △청사와 어울리지 않으니 철거 등 4안으로 짜여졌다.
시는 또 이 작품을 유지하는데 해마다 1000만원을 들고, 장기간 햇볕과 바람에 노출되는 탓에 2년마다 네종류의 천조각을 개최하는데 1억원이 들어간다며 비용부담도 강조했다. 사실상 현상 유지보다 이전이나 철거 쪽에 무게를 두었음을 내비친 셈이다.
김청호 청사관리계장 “거장의 작품을 설치한 자부심 못지 않게 붉은색과 검은색이 많은 여름·겨울 디자인에 거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탈색과 훼손 등 관리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민의견을 듣는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민 상당수는 “떠들썩하게 설치한 거장의 작품을 2년 만에 애물단지로 바라보는 시각이 안타깝다”며 “광주를 세계적인 디자인도시로 만들겠다던 설치 당시의 약속을 되새겨야 한다”고 서운함을 표시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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